‘골칫거리’ 야생동물 퇴치해도 포상금 없다?

입력 2013-07-09 23:32

“이러다간 농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여. 동물 때문에 사람이 먼저 죽게 생겼다니까.”

야생동물의 습격에 속수무책인 충북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충북도내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던 유해 야생동물 퇴치 포상금 제도 시행을 지난달부터 중단해 야생동물의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9일 충북도에 따르면 보은·옥천·괴산군이 유해 야생동물 퇴치 성과를 높이기 위해 멧돼지나 고라니 한 마리당 4만∼8만원씩 내걸었던 포상금 지급을 중단했다. 야생동물의 귀나 꼬리를 가져와야 한다는 이유로 동물학대 논란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보은군은 야생동물 피해방지단 운영 자체를 잠정 중단했고 옥천군은 포상금 지급을 중단하는 대신 엽사(獵師)들에게 쓰레기 종량제봉투를 무료로 나눠줘 포획한 동물의 사체를 무상 수거하는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했다.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포상금 지급근거를 정해둔 괴산군은 동물의 사체를 촬영한 사진을 군에 제출할 경우 규정대로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멧돼지는 마리당 5만원, 고라니는 2만원을 지급한다.

야생동물 포상금 제도는 야생동물 퇴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은군은 올 상반기 지역에서 포획된 고라니 290마리에 대해 포상금 1450만원을 지급했다. 옥천군은 고라니 366마리와 멧돼지 3마리, 괴산군은 고라니 200마리와 멧돼지 20마리에 대한 포상금을 각각 지급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포획만으로는 유해 야생동물의 피해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포획 틀로 적정한 개체수를 관리하고, 미국 등에서 사용되는 피임백신으로 번식을 억제하는 방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전기 울타리 등 피해방지시설 지원을 늘리고 피해 농작물에 대한 보상 확대도 선결해야 할 숙제다.

신무종 괴산군 야생동물 담당자는 “멧돼지나 고라니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며 “화가 난 농민들에게 동물보호를 운운했다가는 봉변만 당하기 십상”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포상금 제도가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