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 주장 이창근 “아직도 SNS 글 당당… 정신력으로 싸웠다”
입력 2013-07-09 18:46
자신의 SNS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을 남겨 감동을 줬던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의 주장이자 골키퍼인 이창근(20·사진·부산). 그는 벌써 아쉬움을 털어 버린 듯했다. 9일 인천공항을 통해 선수단과 함께 입국한 이창근을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따로 만나 1시간여 동안 이런 저런 얘기를 들어봤다.
우선 가장 관심사인 SNS 문구에 대해 물어봤다. 이창근은 지난 4일 콜롬비아와의 16강전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선방으로 8대 7 승리를 이끈 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 당시 성인 대표팀의 기성용이 자신의 비밀계정 SNS로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을 조롱하고 비난한 것이 드러나면서 충격을 일으킨 시점이었다 이창근은 당시 글을 남기고 삭제를 할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이창근은 “다음 날 기사를 봤다. 기성용 선배에게 생각지도 못하게 민폐를 끼친 같아 죄송했다”며 “나의 그 글은 경기 후 바로 올린 것이다. 미안하지만 당당할 수 있다. 바로 지울까 생각도 해봤는데 오히려 오해를 받을까봐 내버려뒀다”고 말했다.
이창근은 또 콜롬비아전 승리 직후 SNS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늦은 시간 이렇게 응원해 주셔서…. 결과는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고. 얘들아, 그동안 정말 행복했다. 더 성장해서 또 보자! 사랑하고 영광이었어. 잘해 줘서 고마워”라는 글을 남겨 또 한 번 팬들을 감동시켰다.
주장 완장을 차고 팀을 이끌었던 이창근은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외국 선수들은 클래스가 달랐습니다. 기술이 우리보다 월등하더군요. 그렇지만 우리에겐 그들에게 없는 게 있었습니다. 바로 정신력이죠. 우리 선수들은 포기할 줄 몰라요.”
“하나가 돼 열심히 뛰어준 동료에게 박수를 치고 싶다”고 말한 그는 경기 전마다 선수 미팅을 열어 결의를 다졌다고 한다. 그는 “미팅 때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며 “다음 경기에서 꼭 이기자는 말을 주로 나눴다”고 말했다. 국내 언론에서 자주 오르내린 스타가 없다는 말은 오히려 자극제였다. 이창근은 “아시아 대회에서도 약체라는 말 때문에 더욱 뭉칠 수 있었다”고 과거 사례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털어놨다.
30년 만의 4강 신화 재현에는 아깝게 실패했지만 이창근은 벌써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은 올림픽 무대다. “U-20 대표팀 선수들 모두 올림픽 대표로 뽑 히진 못하겠지만,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함께 올림픽 무대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런던올림픽에서 맹활약한 우리 팀의 (이)범영이 형을 라이벌로 생각하며 더 열심히 해야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형들이 동메달을 따낸 게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창근은 당차게 대답했다. “부담스럽긴 하죠. 하지만 형들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어요. 도전은 재미있는 거잖아요.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아요.” 그의 발걸음은 벌써 ‘축구의 나라’ 브라질로 향하고 있었다.
인천공항=김태현 기자 t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