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이사야] 국가 이미지도 구조한 승무원들

입력 2013-07-10 06:44 수정 2013-07-10 14:43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는 미국에서 4년반 만에 발생한 충돌사고였다. 2009년 2월 이후 미국 땅에선 이런 사고가 없었다. 4년반이나 항공기 사고가 없었던 건 50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현지 언론은 앞다퉈 이번 사고를 보도했다. 50년 만의 기록을 깬 비행기가 하필 한국의 아시아나였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기 조종사들을 호텔에 감금하다시피 해 조사하고 있다. 조사가 끝날 때까지 언론, 회사 관계자 등 외부와의 접촉이 불가능하다. 아시아나 윤영두 사장은 9일(이하 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언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려 했지만 이는 NTSB의 제재로 불확실한 상태다. ‘죄인은 말없이 잘못만 고하면 된다’는 식이다.

국적기의 대형 사고는 국가 이미지를 깎아먹는다.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를 회복하려면 아시아나항공은 물론 정부 차원의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사고기의 가냘픈 여승무원들이 이런 상황을 만회해줬다. 사고 발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외신들은 사고 규모에 비해 의외로 적은 사망자와 중상자에 관심을 보였다. 7일 미국 언론은 일제히 이번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적었던 이유를 분석해 보도했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이 90초 탈출 매뉴얼을 잘 지켰다” “작고 약해 보이는 여승무원들이 승객을 업고 뛰었다” “초현실적이라 할 만큼 팀워크가 잘 이뤄졌다” 등의 찬사가 잇따랐다.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은 한국 여객기가 승객 안전을 위해 효율적인 매뉴얼을 갖춰놓고 있으며 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하고 있음을 가장 긴박한 순간에 몸으로 보여줬다. 항공기 무사고 기록이 깨졌음을 아쉬워했던 미국 언론은 아시아나 승무원들을 ‘영웅’으로 부르며 칭송했다. CNN은 “이번 사고에서 승무원들은 탑승객이 비상 상황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승무원 훈련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까지 했다.

여객기와 함께 추락할 뻔했던 항공사와 한국의 이미지를 12명 승무원이 건져올렸다.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신보다 남을 돌보는 것,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들에게 큰 빚을 졌다.

샌프란시스코=이사야 사회부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