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안전벨트 맸지만… 착륙 충격에 대부분 척추 손상

입력 2013-07-10 06:47 수정 2013-07-10 08:31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사고 부상자 중에는 척추를 다친 사람이 유독 많다. 착륙을 위해 안전벨트를 매고 있던 상황에서 여객기가 지면과 충돌, 강력한 충격파가 허리 쪽으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부상자 치료를 맡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부상자가 놀랍도록 비슷한 유형의 척추부상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부상자 치료를 총괄하는 제프리 맨리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신경외과장은 “많은 환자가 주로 척추를 다쳤고 부상 양태도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며 “이런 형태는 가벼운 척추외상 환자에게도 나타난다”고 전했다. 이 병원에서 53명의 중상자가 치료받았고 위독 환자만 6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탑승객은 안전벨트로 인해 좌석에 고정된 채 상반신이 사방으로 심하게 흔들렸다. 그 때문에 최악의 부상자는 주로 척추골이 부러져 척수신경을 누르거나 척수를 감싸는 인대가 늘어나고 찢어져 목과 허리 관절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탑승객 2명은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다. 맨리 과장은 부상자가 하반신 영구마비인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가벼운 부상자는 안전벨트 트라우마를 겪을 수도 있다”며 “사고 성격을 고려하면 더 심각한 부상자가 나오지 않은 것만도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허리에만 두르는 안전벨트가 아닌 자동차에 설치된 것 같은 삼각안전벨트는 더욱 안전할까. 피츠버그대 데이비드 오콩코 박사는 그런 유형의 안전벨트가 가슴과 허리를 보호할 수는 있겠지만 목에 엄청난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삼각안전벨트 설치를 위해 여객기 좌석 설계를 새롭게 하는 등 항공업계의 추가비용 발생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8일 여객기 착륙사고 당시 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과 경찰이 벌인 구조작업을 ‘시간과의 싸움’으로 묘사했다. 소방대원들은 유일한 통로인 탈출 슬라이드로 뛰어들어 널브러진 짐들을 밖으로 던지며 길을 만들어 부상자를 구해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게타노 칼타지론 경위는 “초현실적(surreal)이었다”며 “모두가 맡은 바를 다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