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오토 스로틀’ 누르지 않았거나 엔진 결함 가능성

입력 2013-07-10 06:52 수정 2013-07-10 08:30

갑자기 속도 왜 떨어졌나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조사에 착수한 뒤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사고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핵심 의문점은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왜 착륙 직전 여객기 속도가 떨어졌는지, 왜 수동착륙을 시도했는지, 왜 관제탑은 아무런 경고나 조치를 취하지 않았는지 등이다.

◇갑자기 떨어진 속도=NTSB 발표 내용은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국내 항공 전문가들은 착륙 시점에 여객기 속도가 떨어졌다면 기체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먼저 사고 기종인 보잉 777에 장착된 ‘오토 스로틀’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토 스로틀은 비행기가 기준 속도보다 느리게 운항할 경우 자동적으로 속도를 높여준다. 이 장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속도가 줄어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간항공조종사협회 관계자는 “보잉 777은 오토 스로틀을 작동시킨 상태에서 착륙하는 게 기본”이라며 “조종사가 일부러 이를 사용하지 않고 완전 수동으로 착륙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장조원 교수는 “착륙 속도가 갑자기 떨어진 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며 “조종사가 (오토 스로틀) 버튼을 누르지 않았거나 엔진 결함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객기가 수동으로 착륙할 경우 조종사들은 계기판을 보고 속도를 조절한다. 사고기 계기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상정해볼 수 있다. 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유창경 교수는 “속도가 줄어드는 걸 조종사가 몸으로 느끼긴 어렵다”며 “사고기 계기판이 속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제탑은 왜 경고 안 했나=관제탑이 사고 직전까지 조종사에게 속도와 고도에 관해 정보를 주거나 경고하지 않은 점도 석연찮다. 사고 시점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관제사 근무교대 시간이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관제탑이 위험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합동조사단은 당시 관제사들이 규정에 맞게 근무교대를 했는지, 근무 시 정해진 자리에 있었는지, 관제 지시는 정확하게 내렸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유 교수는 “여객기 속도가 어느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관제탑에서 경고를 해야 하는데 사고 당시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제탑의 조종사 경보장치에 문제가 있었는지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여객기 고도나 속도에 문제가 생기면 관제탑의 최저안전고도경보장치(MSAW)가 울리게 돼 있는데, 이번엔 이 장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1997년 대한항공기 괌 추락 사고도 관제탑의 MSAW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게 원인의 하나로 지목됐다.

◇82초 전 자동항법장치 끄고 수동 전환=조종사가 사고 82초 전 1600피트(488m) 상공에서 자동항법장치를 해제하고 수동 착륙으로 전환한 대목도 의문이 남는다. 일반적으로 적지 않은 조종사들이 날씨가 좋을 경우 수동으로 착륙을 시도한다. 이날은 시계가 16㎞ 내외이고 바람도 시속 13㎞로 강하지 않았다. 이강국(46) 기장이 ‘관숙비행’ 중이어서 수동 착륙을 시도했으리란 시각도 있다. 유 교수는 “조종사가 기종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훈련 차원에서 수동 착륙을 시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관제탑이 자동착륙유도장치가 고장난 활주로를 배정한 데 대한 의문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 28L 활주로는 계기착륙 유도장치인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난 상태였다. 글라이드 슬로프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적절한 각도를 유지하면서 들어오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평소 여객기보다는 화물기가 주로 이용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