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한수원에 뇌물 준 대기업 ‘조마조마’

입력 2013-07-09 18:33


‘검찰에 걸린 대기업이 도대체 어디야.’

9일 오전 원자력발전소 납품과 관련된 대기업들은 부산하게 움직였다. 원전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한국수력원자력 송모 부장 자택에서 발견한 5만원권 6억여원이 국내 한 대기업으로부터 나온 정황을 포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일부는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일부는 무관함을 해명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우선 원전 건설을 담당하는 대형 건설사들은 “한수원 송 부장은 원전 부품 구매 업무를 담당해 시공사와는 무관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원전 부품 납품 업체 아니겠냐”고 넌지시 언급했다.

원전 주기기를 납품하는 대기업 A사는 펄쩍 뛰었다. A사 측은 “송 부장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의 보조기기 구매 업무를 담당해와 우리와 접촉할 일이 없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소문이 돈 대기업 B·C·D사도 송 부장에게 돈을 줄 이유가 없다며 연관성을 부인했다. 원전에 부품을 납품하는 B사 관계자는 “UAE 원전의 보조기기 납품 로비 때문에 돈을 줬다는데 우리 회사는 이미 UAE 납품이 확정돼 있는 상황”이라며 “무리하게 납품 로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 업체는 잘 알려진 대기업이라는 이유 때문에 가장 먼저 의심받는 현실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C사 관계자는 “상시 근로자 수가 1000명 이상이면 대기업으로 분류되는데 원전 설비 납품 업체 중에서 알려지지 않지만 이 같은 조건을 갖춘 회사들은 꽤 있다”고 말했다.

원전 업계에선 UAE 원전 납품과 관련해 대기업뿐 아니라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중소 및 중견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했으며, 2010년부터 한국전력에 파견돼 UAE 원전 보조기기 구매 업무를 담당했던 송 부장이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송 부장이 원전 부품 구매 업무를 담당한 시기별로 해당 업체를 역추적하는 등 출처를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