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100조… 소비 꽁꽁
입력 2013-07-09 18:21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국민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수입이 줄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이는 다시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질 줄 모른다. 부족한 수입에 가계빚은 갈수록 늘고,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저성장과 저물가가 함께 밀어닥쳤던 ‘일본식 장기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총 11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무게에 짓눌려 민간소비가 죽어가고 있다. 빚에 시달리다 보니 지갑을 굳게 닫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가파른 고령화 속도, 금리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소비가 늘어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9일 ‘민간소비 부진 개선 가능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계 금융부채가 1099조원에 달하고,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도 155%”라며 “가계부채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임계점을 이미 웃돌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서 밝힌 가계 금융부채는 한국은행이 공식발표한 964조원(가계가 금융회사로부터 빌린 돈)에 소규모 개인기업과 민간비영리단체의 빚을 합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매년 급등세다. 2008년 808조원에서 2009년 969조원, 2010년 957조원, 2011년 1046조원으로 크게 올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08년 78.7% 수준에서 지난해 말에는 86.3%로 뛰었다. 가계가 빚을 갚는 데 돈을 쓰다보니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는 가계의 빚 부담이 더욱 커져 소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지는데다가 미국 등 선진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으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와 미흡한 공적연금 체계 등도 빚 부담을 늘리고 있다.
연구소는 민간소비를 살리기 위해 가계부채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완중 연구위원은 “자녀 교육비 부담 등으로 노후 대책이 충분치 못한 마당에 공적연금의 보장 규모가 크지 않아 고령층의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며 “고정금리 대출 확대, 역모기지 활성화 등으로 빚 부담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