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조종사 과실로 몰고가는 美 당국
입력 2013-07-09 18:11 수정 2013-07-10 00:38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착륙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종합적인 분석 없이 조종사 과실에만 무게를 두는 발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사고가 발생한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관제탑 실수나 활주로 문제, 기체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이 있는데도 미국의 국익에 치우쳐 불공정한 조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NTSB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일일 브리핑에서 “조종사에 대한 조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조종사들이 어떻게 사고기를 조종했고, 어떻게 훈련받았고, 어떤 비행 경험을 지녔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전 72시간 조종사들의 활동기록과 근무시간, 피로도, 약물복용 여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조종사들의 과실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NTSB는 앞으로 사흘 정도 사고기를 조종한 이강국 기장과 이정민 부기장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허스먼 위원장은 또 사고기가 충돌 34초 전까지 권장속도를 유지하다 이후 급격히 속도가 떨어진 점 등을 설명한 뒤 “속도 관리는 조종사 책임”이라고 못박았다.
NTSB의 발표 및 조사 방식은 현지 언론들이 사고기 조종사의 경험 부족 등을 적극 부각시킴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온 대응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변수들을 배제한 채 조종실 음성기록장치 분석에서 나온 고도와 속도만을 언론에 발표하는 것은 균형감각을 잃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허스먼 위원장이 “조사에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표현한 비행기 꼬리 부분은 바닷물 속 바위틈에서 발견됐을 뿐 인양도 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 정부와 아시아나항공은 미국 측의 조사 및 발표 방식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국토교통부 최정호 항공정책실장은 “NTSB 위원장이 발표한 내용으로는 사고 원인을 조종사 과실로 예단할 수 없다. 더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에 의해 과실 여부와 사고 원인이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윤영두 사장은 서울 오쇠동 본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기장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거듭 부인했다. 윤 사장은 “(교육 중이던) 이강국 기장은 B747 부기장 시절 29번의 샌프란시스코 비행 경험이 있고 A320, B737 기장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했었다”며 “(교관 역할을 한) 이정민 부기장도 총 33회 샌프란시스코 비행 경력이 있고 비행 교관 기준인 500시간보다 더 많은 3200시간의 경험이 있는 우수한 기장”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자국 탑승객 141명 중 2명이 숨짐 중국도 사고 조사에 참여하겠다고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배병우 특파원 세종=권기석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