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뒷마당 南美’서 고전… 도청·스노든 망명 놓고 브라질·볼리비아 등 관계 악화
입력 2013-07-09 17:55
미국이 뒷마당으로 여기는 남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남미의 맹주 브라질과는 국가정보국(NSA) 도청 문제로 외교관계가 악화되고 있고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과는 전직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망명과 관련해 긴장상태이기 때문이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미국의 정보수집 행위는 브라질에 대한 간섭이자 국가 주권과 브라질 국민의 프라이버시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또 유엔과 유엔인권이사회(UNHCR)에 주권침해 문제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의 한 언론은 전날 스노든의 문건을 인용해 NSA와 CIA가 브라질리아에 지부를 두고 최소한 2002년까지 개인과 기업이 주고받은 전화와 메일 수백만 건을 도청하거나 감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브라질 정부는 연방경찰과 연방통신부 산하 통신국 주도로 구글 등의 과거 트래픽을 조사할 예정이다. 또 연방상원 외교위원회는 9일 토머스 샤론 브라질 주재 미국 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회의를 열어 미국의 입장을 듣는다.
안토니오 파트리오타 브라질 외교장관은 NSA의 정보수집과 관련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오는 10월로 예정된 호세프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브라질 외에도 미국은 볼리비아와도 관계가 껄끄럽다. 발단은 이달 초 러시아에서 열린 가스수출국 포럼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탑승한 항공기가 귀국 도중 프랑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영공진입을 차례로 거부당하면서 생겼다. 이들 국가는 스노든이 해당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이유를 댔다.
볼리비아는 이들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보고 있다. 볼리비아는 8일 프랑스 등 해당국 대사를 초치해 강력 항의한 데 이어 수도 라파스 주재 미 대사관 폐쇄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숨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 시절에도 관계가 좋지 않았던 베네수엘라는 스노든의 망명신청을 받아들이겠다고 해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8일 스노든의 망명신청을 허가한다며 “제국(미국)에 의해 핍박받고 있으니 베네수엘라로 오라”고 말했다.
니카라과 역시 러시아 주재 대사관이 스노든의 망명신청서를 접수해 다이넬 오르테가 대통령 앞으로 발송하는 등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스노든은 니카라과를 포함해 27개국에 망명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망명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남미 국가는 볼리비아와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등 3개국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