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앞서 해야 할 일
입력 2013-07-09 17:37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개혁과 중고령자 일자리대책 마련을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8일 전체회의를 열고 다수안으로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안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급격한 저출산·고령사회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현 상황에서 2060년 기금고갈이 예상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후세대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국민연금법에 따르면 연금체계는 5년마다 재설계하도록 돼 있는데 올해가 바로 그 시점이다. 위원회가 문제 제기를 시작한 만큼 본격적인 논의가 요청된다.
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보험료율 인상은 곧바로 각 가계의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국민의 반발이 크다. 또 연금체계 재설계는 법 개정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정치권은 여야를 불문하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같은 중장기적 이슈에 공감하면서도 유권자 눈치를 살피기 때문에 가급적 국민부담이 당장 늘어나지 않는 쪽을 선호하는 탓이다.
연금재정 고갈문제는 피한다고 해결될 리 없다. 보험료율은 1988년 국민연금 출범 당시 3%에서 93년과 98년에 각각 6%, 9%로 인상된 후 지금까지 동결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개편에서는 소득대체율만 70%에서 40%로 낮추는 쪽으로 수정했다. 이는 정치권의 무책임 행보가 낳은 것으로 보험료 부담은 그대로지만 연금수령액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조삼모사(朝三暮四)식 개혁이었다. 연금 개혁은 고사하고 연금혜택만 줄어들고 말았다.
이렇게 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은 대세로 보인다. 그럼에도 대다수 국민은 그 당위성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차별구조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에 쏟아 부은 혈세는 지난해까지 10조원이 넘고 이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2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공무원연금에 공무원에 대한 국가적 예우가 포함됐음을 감안해 혈세 부담을 용인한다고 하더라도 적립한 보험료 대비 연금수령액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익비가 국민연금과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1.7배인 반면 공무원연금은 2.51∼2.91배, 사학연금은 3.7배에 이른다. 문제투성이의 공무원연금 등에 대한 개혁 없이 국민연금 개혁을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보험료율 인상에 앞서 또 하나 명심할 문제는 중고령자 일자리 대책이다. 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상향조정될 예정이지만 현행 61세인 연금 수급개시연령은 단계적으로 65세로 늦춰지고 있어 정년을 맞았다고 해도 바로 연금 수령은 불가능한 구조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개혁 차원에서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67세로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를 보완하려면 정년 이후의 중고령자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에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의 불만과 우려를 해소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카드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