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시아나機 사고원인 섣부른 예단 자제해야

입력 2013-07-09 17:34

아시아나 항공기 충돌사고의 원인을 놓고 기체결함, 조종사 과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착륙 시스템 문제 및 관제 미숙 등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통한 정확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섣부른 예단을 자제해야 한다.

사고 이후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은 대부분 해당 기장이 보잉 777기를 겨우 9차례, 43시간밖에 운항하지 않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싣는 보도를 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각각 ‘경험 없는 아시아나 기장’과 ‘아시아나 214편 기장의 보잉 777 경험 부족’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반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고도를 알려주는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 나 있었던 점 등 공항 제반 사항에 대해서는 별로 문제 삼지 않아 성급하게 결론을 몰아가는 듯한 편향성을 보였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도 사고원인과 관련해 말을 아끼는 관행과 달리 조사 첫날부터 조종사 과실에 무게를 둔 듯한 블랙박스 해독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 또 글라이드 슬로프 고장은 사전에 고지했었다며 공항의 과실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충돌 직전 아시아나 항공기는 적정속도(시속 254㎞)의 75% 수준인 시속 196㎞로 운행했고 엔진 출력이 50% 정도밖에 안 됐다는 점에서 기체에 결함이 있었는지 여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속도가 낮은 것이 조종사 잘못에 따른 것일 수가 있지만 기계 이상으로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777기종이 엔진 이상으로 추력을 얻지 못해 사고가 난 사례가 있지 않은가. 또 관숙 비행시 모든 운항에 관한 책임은 교관 기장에게 있는 만큼 비행 경험 부족이 사고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은 성급하기 이를 데 없다.

착륙허가를 내준 관제사와 충돌시점에서의 관제사가 근무교대를 한 사실에 대해 문제가 없었는지 정밀 조사해야 한다. 이들이 규정에 맞게 근무교대를 했는지, 정위치에서 근무를 했는지, 관제 지시는 정확하게 내렸는지 등도 살펴볼 대목이다. 공항에서 진행 중이던 활주로 공사가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열쇠는 수거된 블랙박스에 있다. 항공기 사고는 여러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일어나기 때문에 한·미 합동조사단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 구구한 억측을 삼가고 블랙박스 정밀 분석은 물론 잔해 확인, 관계자 조사 등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조사에 따라 결론을 내려야 마땅하다. 사고 원인을 하나로 예단하고 결론을 몰아가는 조사는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