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립대 교비 유용 두둔하다 혼쭐난 교육부
입력 2013-07-09 17:33
교육부가 사학연금, 개인연금, 건강보험료의 개인부담금 등으로 유용된 사립대들의 교비를 뒤늦게 환수하기로 입장을 번복했다. 교육부는 최근 44개 대학이 교직원 복지비 등으로 2080억원을 전용한 사실을 적발하고도 회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교육부는 개인부담금이 개인에게 지급됐고, 등록금이 포함된 교비회계라도 인건비 지출이 가능해 환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집했다.
교육부가 대학가의 교비 유용 관행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자 여론이 들끓었다. 자녀들의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허리가 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학회계 전문가들도 교육부가 국민 상식에 맞지 않게 대학에 유리한 법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중포화를 맞고도 교육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학의 부정·비리·불법·편법 행위를 바로잡아야 할 교육부가 되레 교비를 전용한 대학 편을 들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처신한 것이다.
그런 교육부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꿨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44개 사립대와 교육부를 비판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높은 대학 등록금 때문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고통받고 있는데, (대학들이) 그 등록금으로 교직원 개인이 부담해야 할 돈을 지급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없이 정말 잘못된 일”이라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부당행위 당사자가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국민 정서에 맞는 조치를 취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부처 장관은 대통령을 보필해 국정을 운영하는 막중한 자리다. 대통령이 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성심껏 보좌하고, 설혹 대통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면 직언을 해야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장관직까지 걸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가 보여준 몰지각·무소신·무책임은 진정한 공직자의 자세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공무원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보다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마땅하다. 장마철이어서 교육부가 오락가락한 모양이라는 힐난을 더 이상 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