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3D프린터 이용 어떻게… 英, 리처드 3세 유골 완벽 복원-韓, 공룡 머리뼈 화석 복제
입력 2013-07-09 17:24
3D프린터는 현재와 미래의 일상을 바꿀 뿐 아니라 수백년 전 옛날까지 복원해내는 능력도 갖고 있다. 최근 영국 러프버러대학 연구팀이 15세기 인물인 리처드 3세(재위 1483∼1485)의 유골을 3D 프린터로 정확하게 복원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첨단 기술이 동원되는 복잡한 작업일 것으로 보이지만, 스캐너를 통해 3차원의 데이터를 만든 뒤 3D 프린터로 뽑아내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연구팀은 두 차례의 작업을 거쳐 원본에 가까운 복제품을 완성했다. 연구를 주도한 러셀 해리스 교수는 “유골이 새로 완성돼 말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후대의 연구에도 매우 귀중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잉글랜드 왕 리처드 3세는 형이 죽은 뒤 조카의 왕위를 찬탈하고 폭정을 일삼다가 살해된 비운의 인물이다. 셰익스피어가 그의 일생을 희곡 ‘리처드 3세’에서 드라마틱하게 담아낸 바 있다. 영국 레스터대학이 지난해 8월 대학 인근의 한 교회 주차장에서 관에 담기지도 못한 채 매장된 왕의 유골을 찾아내 화제가 됐다. 복원 작업은 리처드 3세의 유골을 레스터 성당에 다시 매장하기로 결정한 뒤 유골을 연구할 필요성이 대두돼 이뤄졌다.
‘3D 프린팅의 신세계’ 저자 호드 립슨과 멜바 컬만 팀도 코넬대 연구팀과 함께 중동에서 출토된 고대 설형문자를 3D 프린터로 복제한 일화를 소개한다.
이들은 설형문자를 CT로 스캔한 뒤 데이터를 디자인 파일로 변환해 3D 프린터로 찍어낼 수 있었다. 설형문자에는 돌판 외부뿐 아니라 내부에까지 글자가 쓰여져 있는데, 이제까지는 내부 문자를 보려면 돌을 깨뜨려야 했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복제만 하고도 내부 문자까지 볼 수 있었다고 한다.
3D 프린터를 유용하게 쓰는 건 우리나라 학자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화성시는 6000만년 전 생존했던 공룡 안킬로사우루스의 머리뼈 화석을 3D 프린터로 복제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화석은 국내 연구팀이 2008년 발굴해 가져온 것으로, 몽골에 돌려줘야 할 때를 대비해 복제한 것이다.
본을 뜬 뒤 복제 작업을 하는 기존 방식에는 최소 석 달 이상 소요되지만 스캐너로 작업하는 3D 프린터는 일주일이면 복제를 끝낸다. 비용도 20만원 선으로 저렴했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화석에 이물질을 묻힐 필요가 없어 원본이 훼손될 우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구진은 전했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