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듣지 못하는 베토벤이 들려준 탁월한 음악

입력 2013-07-09 17:09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1770∼1827)은 음악가로서만이 아니라 인생의 시련을 극복해낸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그는 인생의 모진 시련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음악가문에서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쾰른 대주교 선제후의 궁정합창단에 들어가 음악 감독이 되었고, 아버지 역시 궁정합창단원이었습니다. 그러나 할아버지 사후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에 빠지면서 베토벤은 11살부터 극장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17세에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는 동생까지 부양하는 소년가장이 되었습니다.

그런 그는 30세(1800년)부터 음악가의 생명인 귀가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10년은 완전히 듣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1804년 교향곡 3번 ‘영웅’과 5번 ‘운명’은 그의 귀가 어두워지기 시작한 지 8년이 지난 1808년에 완성되었습니다. 1823년 전혀 듣지 못하던 때에 장엄미사를 완성했고 1824년에는 그 놀라운 곡인 9번 교향곡 ‘합창’이 완성돼 장엄미사의 몇 악장과 함께 초연되었습니다. 심포니 9번을 연주했을 때 청중은 열광하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 소리를 듣지 못했기 때문에 솔리스트 중 하나가 그를 돌려세워주어 알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그의 중요 작품 중 상당수가 완전히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마지막 10년간 작곡된 것입니다.

귀가 점점 어두워지고 결국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때에 베토벤은 가장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렇게 듣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 오히려 그의 음악성은 더욱 좋아졌을 뿐 아니라 신앙 역시 깊어졌습니다. 그의 일기에 남겨진 다음과 같은 기도는 그의 신앙의 일면을 엿보게 합니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저로 하여금 당신을 향하게 하시고 훌륭한 작품들로 열매를 맺게 하소서.” 그의 음악 마지막 부분은 항상 환희로 가득 차 있는데 그것은 고통을 극복한 신앙의 산물이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어려운 문제들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것들은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시는 신비한 선물을 누릴 수 있는 통로입니다. 요즘 온통 세상 살기가 어렵다고 야단입니다.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때 오히려 인위적이지 않은 신비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위협적으로 달려드는 인생의 시련은 우리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신비한 능력들을 끌어내주는 고마운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 편해서 그 감춰진 능력들을 경험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가로막는 시련 앞에 감사합시다. 그리고 즐깁시다. 그 속에 감춰진 보물들을 더욱 반짝거리게 합시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