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체스코 잠언·권정생 산문… 인생을 변화시킨 뜨거운 인두 같은 한 문장

입력 2013-07-09 17:01


내 삶을 바꾼 한 구절/박총 지음/포이에마

서문에서 저자는 존 파이퍼의 ‘묵상’ 속 한 구절을 인용한다. “많은 책들을 읽는 것은 나무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과 같지만 거기에 불을 지르는 것은 단 하나의 문장이다. 마음에 남는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여러 페이지를 마음자리에 태워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불을 지펴 벌겋게 달궈놓으신 뜨거운 인두 같은 한 문장으로 선명하게 찍히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뜨거운 인두 같은 한 문장’이 있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인생의 변화는 그 한 문장에서 시작될 수 있음도 알고 있다. 이 책은 도심형 재속재가수도원 ‘신비와 저항’ 원장인 저자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친 ‘그 한 문장’을 담은 것이다. 출판사 소개대로 성 프란체스코의 잠언에서 네루다의 시까지, 권정생의 산문에서 루시드 폴의 노랫말까지, 삶의 갈피마다 켜켜이 스며든 125개의 문장들이 들어 있다. 사실 ‘한 문장’이 아니라 ‘긴 문장’도 많다. 문장과 함께 저자의 묵상이 해설 형식으로 부가되어 있다. 그 문장들과 묵상 글을 읽다보면 저자의 사람됨과 인생 여정을 어렴풋하게 짐작할 수 있다. ‘밀월일기’와 ‘욕쟁이 예수’를 쓴 저자는 ‘덜 벌고, 덜 쓰자’는 자세로 소비주의라는 이 시대의 중력을 거부하는 삶을 일상에서 살아내고 있다.

‘우주론(cosmology)’을 잃으면 즐거움도 잃는다. 기쁨은 물건을 구입하고, 경쟁에서 성공하고, 남 얘기나 수군거리고, 드라마 속의 인물처럼 살아가는 가짜 즐거움(pseudo-pleasure)으로 바뀐다.’(매튜 폭스의 ‘창조 영성’에서) 저자는 이 문장과 관련, “우주 속에 살면서도 우주를 망각하고, 자연 덕에 살면서도 생명을 도구화하는 우리에게 내리는 저주가 바로 저런 것들이리라”고 썼다. 그러면서 ‘대지는 꽃을 통해 웃는다’는 레이철 카슨의 시와 ‘나무에게 부탁했네, 하나님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그러자 나무는 꽃을 피웠네’라는 타고르의 시를 소개했다.

책 말미의 ‘감사의 글’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나온다. 저자는 전작에서도 긴 ‘땡큐 리스트’를 남겼다. 그렇게 많은 이들과 지면에서 감사를 나누는 깊은 관계를 누릴 수 있는 저자는 행복한 사람임에 분명하리라.

추천사를 쓴 정호승 시인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긋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문장의 한 구절에서 인생의 혁명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는 “박총이라는 가인이 있어서 참 좋다”는 따뜻한 추천사를 남겼다.

이태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