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국제기능올림픽
입력 2013-07-09 18:01
사람의 속성을 나타내는 많은 정의 가운데 ‘공작인(工作人·호모 파베르)’이 있다. 사람은 도구를 만들어 자신이 처한 환경을 통제하는 본질을 지닌다는 뜻으로, 독일출신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철학적 관념이다. 놀이, 재미, 유머, 여가 등과 관련된 유희인(遊戱人·호모 루덴스)과 대치되는 개념이다. 사람은 놀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지만, 무엇을 만드는 데서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서구에서는 유용한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도를 통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풍토가 형성돼 있다. 어떤 기능에 통달한 장인이라는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업을 성으로 삼는 경우도 많다. 잘 알다시피 슈마허는 제화공, 베이커는 빵을 굽는 제과기능인, 카펜터는 목수다. 제조업 강국들은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을 중시하는 정책과 제도를 갖고 있다. 독일에서는 대학교육을 받지 않고 최고의 기술을 습득한 장인은 마이스터로 지정되고 직장에서 높은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8일(한국시간) 폐막된 42회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리 대표단이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를 따 52개 참가국 가운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2년마다 열리는 기능올림픽에 1967년 16회 대회부터 27번 출전해 모두 18번 종합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빵이 주식인 유럽 국가들이 강세를 나타냈던 제과 직종과 정보기술 직종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처음 금메달을 땄다. 철골구조물 직종의 금메달리스트 원현우(21) 선수는 전 직종을 통틀어 최고득점자에게 주는 최우수선수상을 받았다.
국제기능올림픽은 2차대전 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사상적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근로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1947년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연 것을 계기로 태어났다. 첫 국제대회는 1950년 마드리드에서 열렸고, 이후 매년 참가국이 증가했다.
국제기능올림픽의 상위 5개국으로 한국, 스위스, 독일, 일본, 대만을 꼽는다. 그렇지만 기능올림픽 최다 우승국인 한국이 독일이나 스위스보다 기술력이 더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기능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우가 여전히 낮고, 기업에서 입사와 승진 기회가 능력보다는 학벌에 더 좌우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노래방 등 자신의 기능과 무관한 자영업을 하기도 한다. 능력중심 사회와 고졸 우대 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최근 시작된 ‘마이스터운동’과 대기업의 고졸자 채용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