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동원] 거꾸로 가는 금융감독 선진화
입력 2013-07-09 18:00
금융위원회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독립 기구로 분리시키는 한편 금융위에 금융제재위원회를 신설하고 동위원회가 현재 금감원이 행사하고 있는 금융사 제재권을 담당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체계의 정답은 없다. 그 이유는 금융감독체계는 각국의 역사적 산물이자 정치적 선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우 1998년 노동당이 집권했을 때는 단일 금융감독기구(FSA)로 개편했으며, FSA의 성과에 대한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2010년 보수당 정권이 집권해서는 2008년 금융위기의 책임을 물어 FSA를 해체하고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독의 조직을 분리하는 소위 ‘쌍봉형’으로 개편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강화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나라에서 대선과 정부조직법 개편 등의 과정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를 분리시킨다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대체적인 합의가 형성되어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의 분리에 대해 타당성 여부를 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별 의미가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작금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논의의 시발점이 2010년 저축은행 감독부실 사태를 계기로 한 것이며, 당시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논의되었던 개편안이 금융위 개편을 포함한 감독체계 전반을 대상으로 했던 것과 대비해 본다면 작금의 개편안은 금융위는 논외로 하고 금감원만 개편 대상으로 하는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범위에서 금융위의 역할과 조직 문제를 제외한다면 이번 개편안 역시 미봉책에 불과하며 금융감독체계 개편 문제는 여전히 미제로 남게 될 우려가 크다.
여하간 금융감독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금감원에 한정한다면 금감원의 기능과 조직 개편 문제는 금감원이라는 조직의 밥그릇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총체적으로 금융감독체계의 작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타당성의 기준이 두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 분리 문제의 핵심은 조직 분리보다 금융기관의 영업행위에 대한 사전적 규제권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에 있다. 보도된 바와 같이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에 영업행위 규제권과 제재 요구권을 부여한다면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에는 사실상 두 개의 감독기구가 있는 것과 같다. 양 감독기관의 영업행위 규제권 행사를 둘러싼 갈등과 혼선이 감독의 통합성, 일관성을 해치고 시장에 혼란과 중복 감독으로 인한 부담을 가중하지 않도록 법 개정 과정에서 세밀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의 또 다른 핵심은 현재 사실상 금감원에 맡겨져 있는 경징계권을 금융위로 이관하는 문제다. 법상으로 금감원은 제재권을 갖고 있지 않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는 법적으로는 원장 자문기구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기관 직원 등에 대한 경징계에 대해서는 사실상 금감원에 제재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것이 금융감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즉 금융위보다 금감원에 의한 제재권의 신속한 집행은 시장에 위법행위에 대한 신호를 조기에 줌으로써 위법의 예방 및 제재 효과를 극대화하기 때문에 금감원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이 제재 기능을 금융위가 가져간다면 금감원은 제재권이 뒷받침되지 않는 검사권으로 무력화되는 반면에 금융위는 적합성이 낮은 업무를 맡아 제재권의 실효성을 저하시킴으로써 총체적으로 금융감독의 실효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 조직 간 기능과 권한 배분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금융감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금융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 기준에서 과연 금융위가 제시한 개편안이 금융감독체계 선진화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김동원(고려대 초빙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