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보수공사’ 무자격업체 수의계약 성행… 서울 11개 단지 관리실태 조사

입력 2013-07-08 22:35


서울시내 A아파트 단지는 2011년 난방·수도배관 교체공사 경쟁입찰에서 최저가로 응찰한 D업체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공사비 조정 과정에서 포기를 선언했다. 그러자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가 추천한 무자격업체가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맡게 됐다. 이후 1년간 무자격업체에 지급된 공사비는 42건, 9억6963만원에 달했다. 특히 서울시가 확인 가능한 22건의 적정 공사비를 산출한 결과 약 3억7000만원이 과다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업체 및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 등에 대해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시는 아파트 관리 혁신방안인 ‘맑은 아파트 만들기’의 일환으로 지난달 시내 11개 아파트 단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 총 168건의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이 단지들은 자치구 및 시민들이 조사를 요청한 103개 단지 중 관리비 등이 과다해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곳이다.

조사 결과 시는 무자격업체와 계약, 공사입찰 방해, 관리비 목적 외 사용 등 10건에 대해 사법당국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입찰규정 위반 등 83건에 대해서는 시정명령 및 과태료를 부과하고, 입주자대표회의록 부실 작성 등 73건에는 행정지도 처분을 내렸다.

특히 대다수 단지들이 수의계약을 남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국토교통부 아파트관리 공사·용역 기준에는 200만원 이상 공사에 경쟁입찰을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10개 단지에서 이를 지키지 않았으며, 이들이 부정하게 수의계약한 금액은 총 39억212만원에 달했다.

2개 단지에서는 업체간 담합 의혹이 드러났다. 매번 같은 4∼5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B단지에서는 2009년 방수 및 재도색 공사(약 10억원) 입찰 당시 특정업체가 내정가격 수준에 선정됐다. 하지만 이는 타 단지의 시공단가보다 1억원 이상 비싼 수준이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비 운영이 불투명한 곳도 많았다. C단지에서는 조경시설물 교체공사(9100만원)와 방송설비 설치비용 등(8200만원)을 장기수선충당금에서 지출하지 않고 관리비로 거주자들에게 부과했다. 이건기 시 주택정책실장은 “단지들 간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아파트에 관리 부실이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는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해 주택법령상 의무위반 등으로 벌칙을 적용할 때 공무원과 동일하게 취급해 처벌키로 했다. 또한 주택정책실에 ‘공동주택관리 지원센터’를 신설, 아파트 관리 비리를 계속 조사하고 관리비 절감을 위한 컨설팅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