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다… 직원들, 불황에 새 둥지로

입력 2013-07-08 19:14 수정 2013-07-09 01:16

최대주주가 ‘배당금 잔치’를 벌일 때 현장의 증권맨들은 정든 직장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 증시 침체가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업계 최고로 평가받는 직장에서 다른 회사로의 전출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 과장·대리급 인력 100명을 금융·전자 등 그룹 내 계열사로 전환 배치키로 결정했던 삼성증권은 인사이동을 신청한 사원이 100명을 훨씬 웃돈다고 8일 밝혔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금융투자업계의 불황 때문인지 전출을 신청한 직원 숫자가 예상보다 많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희망대로 전출 인원을 더 늘릴지, 신청자 가운데 100명만 뽑아 전환 배치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증권의 전출 희망자 초과 소식은 금융투자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이직이 활발하기는 하지만 대형 증권사인 삼성증권은 연봉·복지 등에서 업계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다. 삼성증권의 한 직원은 “평소 이직을 생각하던 과장·대리급들은 증권사보다 더 규모가 큰 계열사로 전출하는 것을 안정적 일자리를 찾는 좋은 기회로 보는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속되는 거래 부진으로 수익이 반 토막 난 상태다. 3월 결산법인인 19개 증권사의 2012사업연도 영업이익은 810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5.4%나 급감했다.

삼성증권은 7개 지점을 폐쇄하는 등 긴축 운영을 하고 있다. 8개 지점은 ‘소규모 점포’ 개념을 적용해 10명 이내의 인력으로 운영한다. 지난 2일에는 상품 경쟁력 강화와 영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증권가는 ‘삼성증권맨 엑소더스’가 다른 중소형 증권사로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