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최대주주들은 실적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액의 배당금을 나눠가지며 돈 잔치를 벌였다. 심지어 적자를 냈는데도 손실 규모의 20배가 넘는 현금을 배당한 증권사도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금배당을 한 증권사 24곳의 총 배당금은 5627억원으로 전년(5402억원)보다 4.2% 늘었다. 이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6374억원에서 1조1566억원으로 29.4% 줄었다.
무리하게 배당을 강행한 증권사 중에는 사주나 금융지주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곳이 많았다. 특히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은 지난해 21억원의 적자를 내고도 현금 444억원을 배당했다.
흑자를 낸 증권사 중 배당성향(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신증권으로 225.5%였다. 이어룡 회장의 아들 양홍석 부사장이 최대주주인 대신증권은 순이익이 2011년 907억원에서 지난해 172억원으로 81%나 급감했지만 배당성향은 같은 기간 4배로 뛰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을 모두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의 배당성향도 113.3%로 높았다. 지난해 순이익(1590억원)보다 많은 1801억원을 배당했다.
김중건 회장과 동생 김중광씨가 지분 24%를 가진 부국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이 줄면서 배당금이 감소했지만 배당성향은 57.9%에서 68.4%로 높아졌다. 유화증권, 신영증권, KTB투자증권의 배당 성향도 각각 64.5%, 37.3%, 34.2%에 이르렀다. BNP파리바그룹이 소유한 BNP파리바증권은 순이익의 79.3%를 배당했다. NH농협금융지주가 68.13%의 지분을 보유한 NH농협증권은 순이익의 절반 정도(48.3%)를, 산은금융지주가 최대주주인 대우증권은 순이익의 40.6%를 배당했다.
강창욱 기자
챙긴다… 대주주, 수억 배당금 잔치
입력 2013-07-08 19:13 수정 2013-07-09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