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밀어내기’ 과징금 123억

입력 2013-07-08 19:13

지난해 11월 남양유업의 대리점 업주 A씨는 지점에 36개 제품 137박스를 신청했다. 그런데 A씨가 주문을 마친 뒤 16분 후 본사에 실제로 전달된 주문은 49개 품목 234박스였다. 지점 영업직원이 중간에 끼어들어 멋대로 주문을 부풀렸다.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A씨가 주문량을 바꾸는 건 불가능했다. 계약서에 명시된 반품제한 규정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반품이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만들어 대리점 업주들을 압박했다. 2008년 2.03%였던 반품률은 올해 0.93%까지 낮아졌다. A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받은 물량을 처분하느라 A씨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갑(甲)’인 본사의 조직적인 밀어내기로 ‘을(乙)’인 대리점만 피해를 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물량은 전체 공급량의 최대 35%에 달했다. 전체 대리점 1884곳 중 피해를 입지 않은 대리점은 35곳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8일 대리점에 제품구입을 강제한 남양유업에 과징금 123억원을 부과하고 회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남양유업은 2007년부터 지난 5월까지 전체 71개 품목 가운데 26개 품목에 대해 조직적으로 밀어내기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유통기한이 짧아 물량을 빨리 소화해야 하는 우유·발효유를 비롯해 매출이 신통치 않아 대리점이 취급하기 꺼려 하는 제품도 마구잡이로 떠넘겼다.

지난해 10월부터는 대리점이 최종 주문량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최초 주문량은 검색할 수 없도록 전산시스템을 변경하기도 했다. 제품대금 결제는 신용카드로 하도록 해 대금을 연체하면 본사는 손해 보지 않고 대리점주만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남양유업은 회사가 고용한 판촉사원 임금도 대리점에 전가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파견하는 판촉사원 임금의 59∼67%는 대리점에서 부담했다.

공정위는 오는 12일 열리는 소위원회에서 김웅 대표 등 남양유업 임직원의 고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구입강제행위(밀어내기)는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진행했을 뿐 아니라 임직원들이 직접 개입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