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의 희망 메시지 “우리 모두가 영웅”… 야구 인생 돌아보는 전시회 ‘더 히어로’ 연다
입력 2013-07-08 19:10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로 개인 통산 124승을 올리며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다승을 기록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40). 얼마 전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새로운 삶을 열어가는 그가 자신의 야구인생을 돌아보는 전시회를 서울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 11일부터 11월 17일까지 ‘더 히어로(The Hero)-우리 모두가 영웅이다!’라는 타이틀로 연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로 힘겨웠던 시절, 우리에게 희망을 안겨준 박찬호의 야구 이야기를 미술을 통해 들려주는 전시다. 1994년 LA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2010년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면서 각종 야구 물품을 모았다. 승리를 거둘 때마다 모은 공 124개, 거쳐 온 팀에서 입은 유니폼 50여벌과 모자 50여개, 배트와 야구화, 글러브 등 360여점을 이번 전시에 출품했다.
8일 열린 간담회에서 박찬호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나도 여태껏 예술을 하고 있었구나. 창의력을 갖고 노력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스포츠와 예술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기고 지고를 떠나 매 경기에는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그런 시간을 함께한 물품”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보고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미술작가 강익중 권오상 김태은 유현미, 만화가 이현세 등이 박찬호를 소재로 작업한 작품들도 선보인다. 유현미 작가의 ‘마이웨이’는 왕관을 쓴 박찬호가 얼굴과 옷에 물감을 칠하고 12분가량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강익중 작가의 ‘우리 모두가 영웅이다’에는 박찬호의 딸 애린(8)이가 아빠를 그린 작은 그림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 조카를 모델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담아 박찬호가 제작한 영상도 전시된다. 물감이 들어 있는 컬러볼을 캔버스에 던지는 방법으로 제작한 그림은 구속 160㎞를 자랑했던 그의 강속구가 시각적으로 표현된 느낌이다. 전시를 앞두고 예술경영 수업을 들었다는 그는 “예술이란 내가 생각하는 것을 끊임없이 창조해내고 표현하는 것”이라며 “한 구 한 구 혼신을 다해 던지는 야구도 예술적인 감각으로 타자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전시 제목의 ‘영웅’이라는 수식어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불편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렇게 불러주시는 분들 안에 다 영웅이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박찬호나 박세리를 보면서, 최근에는 류현진을 보면서 용기와 꿈, 희망을 갖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우리 모두가 영웅이란 생각을 한다면 좋은 에너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람료 1만∼1만2000원(02-395-010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