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한용섭] 한국, 핵안보체제 지속적 선도 기대
입력 2013-07-08 19:01 수정 2013-07-08 19:22
“IAEA 핵안보회의, 지난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역사적 기여 빠짐없이 언급”
7월 1일부터 5일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최한 ‘핵안보를 위한 국제협력 강화방안’이란 회의에 다녀왔다. 세계 100개국에서 1300여명의 외교관, 전문가, 학자들이 모여 열띤 토의를 펼쳤다. 한국은 작년에 53개국 정상들과 4개 국제기구의 장들이 서울에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핵 안보에 대해 낯설지 않다.
핵안보란 테러세력, 범죄자, 불법세력의 손으로부터 핵물질, 방사성물질 및 핵시설을 안전하게 보호함으로써 핵 테러를 방지하는 것이다. 핵안보정상회의는 2010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무기 없는 세계’의 기치를 들고, 핵테러의 피해는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예방돼야 하며 예방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세계 47개국 정상을 워싱턴에 초청, 1차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시작됐다. 이때 목표는 2013년까지 세계의 핵분열물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한국은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면서 한국의 창의적 능력을 발휘해 미국이 정한 핵분열물질의 안전한 관리라는 의제를 더 확장시켰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테러세력이 핵물질을 입수해 핵무기를 만들지 않고도 다른 수단으로 원자로를 파괴하거나 고장을 일으켜 핵무기를 사용한 것과 같은 피해를 낼 수 있음에 착안, 원자로의 안전과 핵안보의 연계성을 강화하자는 의제를 발굴하고 제안했다. 또 병원이나 산업체에서 사용하는 방사성 물질을 가지고 조잡한 방사능 폭탄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차단시키고자 방사성 물질의 안전한 관리라는 의제를 추가시킨 바 있으며 참가국들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다.
이번 IAEA 회의에서는 워싱턴과 서울의 핵안보정상회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글로벌 핵안보체제를 강화하며, 내년에 개최 예정인 제3차 네덜란드 핵안보정상회의를 계속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 토의됐다. 유키야 아마노 IAEA 사무총장은 재작년에 몰도바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밀거래하려는 시도를 적발한 바 있으며, 매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의 불법 거래와 원자로에 대한 불법접근 시도가 100건 이상 IAEA에 보고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를 비롯한 한국의 참가자들은 한국 국민으로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 100개국의 참가자들이 핵안보에 대해 토의할 때마다 워싱턴과 서울에서 개최됐던 핵안보정상회의가 글로벌 핵안보체제에 역사적이며 획기적인 기여를 했음을 빠짐없이 언급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의 핵안보 전문가들과 함께 글로벌 핵안보 전문가 네트워크를 만들어 네덜란드의 핵안보정상회의와 전문가 포럼에 지원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계의 핵안보체제 강화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번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에서는 방사성 물질 위치추적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기술 시연을 함으로써 모든 참가국들의 인기를 모았다.
현재 국제사회에는 핵안보와 관련해 수개의 국제협약이 산재하고 있으나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국제협약은 없으며, 두 번의 핵안보정상회의만으로 글로벌 핵테러 방지 체제가 완전하게 갖춰질 수 없다. 2014년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핵안보정상회의 프로세스도 끝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핵안보체제의 앞날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달 하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를 2016년에 개최하겠다고 함으로써 핵안보체제는 앞으로 계속 발전될 모멘텀을 얻게 됐다. IAEA가 핵안보정상회의의 중간에 각국 외교장관급 인사들과 전문가들을 초청, 핵안보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세계의 지혜와 물질적 지원을 모으고 있다. 한국은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주최국으로서, 글로벌 의제를 선도하는 중견국으로서 핵안보 강화를 통해 세계평화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참가하고 지원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교수·핵정책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