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저장성 장산고교 학생인 왕린자는 학급에서 반장을 맡았다. 서예와 낭송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학생이었다. 그녀와 중학교와 고교를 함께 다닌 예멍위안은 영어와 물리를 좋아하던 학생이었다. 피아노와 무용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명문고교에 다니던 이들은 9일부터 샌프란시스코 웨스트힐시에서 열리는 서머캠프에 참석한다는 생각에 들뜬 상태였다. 왕양은 이런 마음을 신세대답게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그대로 옮겼다. 5일 오후 3시31분(한국시간 4시31분)에는 ‘go’라는 짧은 글을 남겼다. 3주간 미국여행을 하면서 겪을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는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이었다. 그러나 왕양이 미국 땅에서 맞이할 성경공부의 꿈은 지난 6일(현지시간)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로 스러지고 말았다.
단짝인 예양은 지난 4일 저녁 자신의 웨이보에 ‘444444’라는 여섯 글자를 남겼다. 중국어로 4는 죽을 사(死)자와 발음이 같아 불길하게 여겨지는 숫자다.
이들 중국학생을 처음으로 초청했던 웨스트벨리크리스천교회도 침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외국인여름캠프는 주중에는 매일 영어와 미국 문화를 공부하고 주말에는 교외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었다. 교회 측은 중국인 여학생의 사고소식을 접한 뒤 휴일인 7일 예배에서 희생자를 추모했다.
숨진 이들 여학생 중 한 명은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사고 당시 활주로 인근에 방치되면서 구급차에 치여 2차 충격으로 숨졌을 가능성이 제기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또 이들 중 한 명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꼬리 날개가 부서질 당시 충격으로 튕겨져 나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미국 언론은 부검결과를 바탕으로 사망자 중 한 명은 추락사고 과정에서는 생존했으나 구급차에 치여 2차 충격에 의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 관계자는 “숨진 중국인 여학생에게 남은 상흔과 자동차에 남은 흔적이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parti98@kmib.co.kr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교회캠프의 꿈 못이루고… 숨진 中여고생 1명은 구급차에 치였을 가능성
입력 2013-07-08 18:45 수정 2013-07-09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