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흉한 몰골의 사고機, 그날의 참상 짐작… 기자 100여명 몰려 취재 경쟁
입력 2013-07-08 18:28 수정 2013-07-08 22:26
비행기가 하강하면서 짙고 낮게 깔린 구름을 뚫자마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활주로가 곧바로 모습을 드러냈다. 7일 오전(현지시간) 멀리서 공항은 전날의 긴박했던 사고를 잊은 듯 평화로워 보였다. 그러나 비행기 고도가 더 낮아지자 왼편 창 너머로 ‘아시아나 214편 보잉 777기’가 활주로 위에 흉한 몰골을 드러냈다. 불에 그슬린 비행기 윗부분이 휑하니 뚫려 있었고, 꼬리는 날아가 버렸다. 사고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미 당국은 접근을 금지했다.
공항 내부는 인파로 붐볐다. 전날 사고로 비행기가 결항된 탓에 미 독립기념일(4일)부터 시작된 연휴 중 하루를 허비한 이들이 연휴 마지막 날에 대거 몰린 탓이다. 이용객들 중에는 아시아나 항공기 사고에 대해 우려하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미국인 조너선 파커(43)씨는 “항공기가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며 “어제 사고는 다행히 사망자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다쳤고, 항공기 이용객들을 불안하게 했다”고 말했다. 미국 동부 지역으로 간다는 켈리 폴락(35·여)씨는 “사실 어제 사건 때문에 비행기 타는 것이 겁난다”며 “사상자들을 위해서도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고 이틀째를 맞은 공항은 완벽히 복구되지 않았다. 국내선 항공편 일부는 취소되거나 연착됐다. 샌프란시스코공항 관계자는 “불에 탄 아시아나기 동체를 사고 조사를 위해 그대로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활주로 4개 중 하나를 아직도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선은 아무 문제 없이 운행되고 있지만 로스앤젤레스(LA) 등 가까운 곳의 환승 항공편이 지연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국제선 아시아나항공 창구 주변 사무실에서 열린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기자회견에는 1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려 이번 사건에 쏠린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특히 ABC, NBC, CNN, AP 등 미국 언론들은 각 사당 5∼6명의 기자와 프로듀서를 보냈다. 중국과 일본 취재진도 적지 않았고, NHK의 경우 9명의 취재진을 보냈다. 사망자가 2명에 그쳐 큰 사건이 아닐 수도 있는데 왜 그렇게 관심을 쏟느냐고 묻자 ABC의 한 프로듀서는 “동체가 크게 파괴되고 불에 탔는데도 인명 피해가 매우 적은 이유를 시청자들이 매우 궁금해하고 어떤 점에서는 신기해한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사상자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도 줄을 잇고 있다. 7일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총영사관 관계자는 “샌프란시스코 한인회, 실리콘밸리 한인회 등이 물품지원을 하는 등 사고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며 “부상자들은 동포 사회의 지원에 따라 완벽한 통역 서비스를 받아 원활하게 치료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이사야 기자 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