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유혈사태 확산… 최소 42명 사망

입력 2013-07-08 18:29 수정 2013-07-09 01:14
이집트 군이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에 항의하는 이슬람주의파 시위대를 향해 발포, 하루 새 42명이 숨지고 322명이 다쳤다고 이집트 보건당국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AFP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군대와 경찰이 새벽기도 중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 방송은 카이로의 병원 바닥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고 환자들이 여기저기 부상을 입은 채 치료받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다. 이집트 국기와 담요에 덮인 시신 5구가 놓여 있는 장면도 보였다. 하지만 일부 목격자들은 “군이 최루탄을 쏘고 경고 사격만 했는데 시민들 사이에서 갑자기 폭력배들이 튀어 나와 총격을 가했다”고 반박했다. 친무르시 성향 기자인 무함마드 가말 알파씨는 연합뉴스에 “지금까지 7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뜻밖의 폭력적인 사태 전개에 이집트 정계도 아연실색했다. 아들리 만수르 임시대통령 정부는 유혈 사태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고, 무르시 대통령이 소속된 자유정의당은 “학살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야권지도자인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폭력은 폭력을 부를 뿐이고 강하게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계에서도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한 군부 쿠데타의 성격 규정을 놓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 상원외교위원회의 원로인 존 매케인 의원이 무르시 대통령 축출을 강력 비난하며 원조 중단을 요구했다. 반면 같은 공화당의 마이크 로저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에서 “이집트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군부를 지원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야 하며 대통령도 의회에 와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한편 아들리 만수르 이집트 임시대통령 변호인은 7일 이집트 민영방송에 나와 “바하-엘딘 변호사가 임시 총리 후보 1순위이며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은 부통령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명은 엘바라데이 전 총장이 과도정부의 총리에 지명될 것이라는 소식에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인 ‘누르당’이 반발한 뒤 나온 것이다.



이제훈 양진영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