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눈뜬 유럽 집시… 헝가리 중부유럽대 설립 ‘대학원 준비과정’ 몰려
입력 2013-07-08 18:29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설립된 ‘집시 대학원 준비 과정’이 유럽의 ‘천덕꾸러기’ 집시들을 위한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부유럽대에 9년 전 설립된 이 과정에는 매년 17명이 입학해 10개월 동안 대학원 입학을 준비한다. 학사 학위 소지자들이 대학원에서 영어 강의를 듣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교육을 하면서 학비와 주거비, 생활비도 제공한다. 각국의 집시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는 덤이다.
사실상 이곳은 유럽 인텔리 집시들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14개국 100여명이 배출돼 상당수는 중부유럽대 대학원에 진학했고 일부는 스위스나 영국, 미국 등으로 유학을 가기도 했다. 1년에 한 명 정도는 미국 의회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된다. 2011년부터 영어 교육만을 위한 별도의 과정도 개설됐다. 마케도니아 출신으로 2006년 이 과정을 졸업한 이다베르 메메도프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교육 외에도 많은 나라에서 온 다양한 집시들을 만나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현재 유럽 전역에는 1200만명가량의 집시들이 흩어져 살고 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기간 동안 수많은 집시들이 처형됐고, 지금도 많은 집시들은 형편없는 교육을 받고 여전히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 프랑스에서 집시촌이 경찰에 강제 철거되는가 하면 중부 유럽 국가에서는 집시 학생들이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집시 대학원 준비과정을 총괄하는 쿠마르 라자람은 “많은 집시들이 학사학위를 받지만 대학원 진학은 꿈도 못 꾸고 있다”면서 “미래를 위한 경쟁력을 얻기 위해 이 과정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는 집시의 사회 문제화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연합(EU)은 집시를 대상으로 한 사회복지 예산을 늘리고 교육기회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 계획안에는 EU 회원국이 자국에 거주하는 집시 아동에게 초등교육을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집시와 일반시민 간의 고용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안들이 담겼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