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젊은 그들의 헌신·투혼 한국축구 희망 자리매김

입력 2013-07-09 04:59

애초부터 스타는 없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자 모두가 스타가 됐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희망의 축구를 얘기했다. SNS로 사고를 친 형님들이 몰랐던 ‘팀보다 뛰어난 선수는 없다’는 점을 아우들이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줬다. 30년 만에 ‘4강 신화’ 재현을 꿈꿨던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8강전서 이라크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어린 태극전사’들이 남긴 투지와 열정은 우승 못잖은 것이었다. 특히 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어린 선수들의 투지는 성인대표 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대회전까지 만해도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기적을 낳았다.

이광종호는 출발부터 불안했다. 지난해 19세 이하(U-19)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골을 넣은 문창진(포항)이 허리디스크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박정빈(그로이터 퓌르트)도 팀의 반대로 합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의 핵심이었던 김승준(숭실대)마저 맹장염으로 도중하차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악바리’ 이광종호는 희망을 접지 않았다. 무명에 가까웠던 류승우(중앙대)는 조별리그 초반 2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팀의 ‘해결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류승우는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발목 부상을 입고 만다. 그러자 어린 태극전사들은 팀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김현(성남)은 조별리그 2차전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권창훈(수원)은 쿠바전 페널티킥 득점에 이어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동점 헤딩골을 성공시키는 등 2골을 터뜨렸다. 심상민(중앙대)는 필요한 순간 3차례나 득점에 도움을 주며 기량을 뽐냈다.

골키퍼 이창근(부산)도 차세대 ‘거미손’으로 중요한 고비마다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주전과 후보 개념이 따로 없었다.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3골 가운데 2골이 교체멤버에게서 나왔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연장 후반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중거리 슛을 터뜨린 정현철(동국대)은 짧은 출전 시간이었지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어린 태극전사들은 이번 ‘터키대첩’에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이야기했다. 내년에 열릴 인천아시안게임과 2014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더 나은 열매를 맺기 위한 좋은 씨앗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