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 개혁에 ‘낙하산 배제’도 포함돼야

입력 2013-07-08 18:24

공공기관 총 295개의 총예산은 올 정부예산 349조원의 1.7배인 574조7000억원, 지난해 매출은 181조원으로 삼성전자의 141조원보다 많았고 고용은 25만4000명이다. 엄청난 규모의 이들 조직은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국민경제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그간의 평판은 효율·투명·책임성 측면에서 낮은 편이다.

정부가 8일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방향(이하 정책방향)’을 수립·발표한 배경이 그것이다.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자면 공공기관부터 거듭나야 한다는 문제인식이 작동한 결과다. ‘정책방향’은 효율·투명·책임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경영효율화, 자율·책임경영체제 확립, 공공정보 개방 확대 및 국민감시체제 강화라는 3대 전략과 함께 세부적인 8대 주요과제를 담았다.

그간 공공기관 개혁 이슈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였고 나름 성과도 있었다.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에 입각해 공공기관에 대한 통일적 관리체계가 도입되면서 방만 경영을 견제하고 불합리한 노사관계를 개선하는 등 일련의 성과를 얻은 바 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들의 낙하산 인사, 부채관리 미흡, 납품비리 등의 악폐는 끊이지 않았다.

‘정책방향’에서 상시적인 기능점검체계 확립을 8대 주요과제 중 첫 번째로 꼽은 것은 공공기관 개혁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제점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상시개혁체제의 구축이다. 발본적인 개혁이 끊임없이 공공기관의 수행과제로 작동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썩을 수밖에 없는 고인물의 여지를 원초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뿐 아니라 공공기관 관리를 기존의 단기적·개별적 차원에서 중장기적·제도적으로 개편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주목된다. 공공기관들끼리의 칸막이 제거 등을 통해 유사 공공기관 간 협업과 융합을 활성화함으로써 계획 간의 연계를 강화해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결과적으로 대국민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에 실질적인 경영자율권을 부여하고 기관장이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방향도 신선하다.

다만 인사문제와 관련해서는 조금 아쉬운 대목이 엿보인다. 임원 선임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무부처의 인사자율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나 공공기관 인사개혁에서 핵심은 낙하산 인사 극복방안인데 ‘정책방향’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이렇다할 해법이 안 보인다. 각 공공기관 임원추진위원회의 독립성과 임원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도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는 시급히 구체안을 마련해 이번 ‘정책방향’에 화룡점정이 가능하도록 힘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