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레이 윔블던 우승… 영국 男단식 77년 무관 한풀어
입력 2013-07-08 18:27 수정 2013-07-08 19:32
‘특별한 승리’를 가져오는데 무려 77년이나 걸렸다. 그 기다림의 끝에는 앤디 머레이(세계랭킹 2위·영국)가 있었다. 13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권위의 윔블던 테니스대회. 하지만 주최국 영국은 1936년 프레드 페리 이후 아무도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았다. 팀 헨먼이 1998년부터 2002년 사이 5년간 네 번이나 4강에 올랐지만 우승하지 못한 채 은퇴했다. 머레이 역시 지난해까지 4년 연속 4강에 진출하고도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지난해는 영국 남자선수로는 74년만에 결승에 올랐지만 로저 페더러(스위스)에게 역전패했다.
하지만 머레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윔블던 패배후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런던올림픽 남자단식을 제패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했다. 곧 이은 US오픈에서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를 꺾고 생애 첫 그랜드 슬램 대회 정상에 올랐다. 그동안 조코비치·페더러·라파엘 나달(스페인) 3강에 밀려나 있던 그를 팬들은 주목하기 시작했다. 올해 첫 그랜드 슬램 대회인 호주오픈에서도 조코비치와 결승에서 만나 졌다. 프랑스오픈에는 허리부상으로 불참한 탓에 이번 대회에도 우려를 표명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하지만 7일(현지시간) 끝난 윔블던 단식 결승에서 조코비치를 3대 0(6-4 7-5 6-4)으로 완파하고 77년 동안 응어리진 국민들의 한을 풀어줬다.
여자 단식을 포함하면 1977년 버지니아 웨이드 이후 36년 만에 영국 선수의 윔블던 단식 우승이었다.
우승후 머레이는 관중석에 올라가 여자 친구인 킴 시어스, 코치인 이반 렌들 등과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는 정말 정신이 없었는지 어머니인 주디와는 축하 인사를 나누지 않고 관중석을 내려가려다가 다시 돌아서 어머니와 포옹했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머레이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보내 우승을 축하했고 영국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윔블던에서 새 역사를 쓴 머레이는 영국인들을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극찬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