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美 “충돌 1.5초前 착륙 중단… 다시 상승하려 했다”

입력 2013-07-08 18:18 수정 2013-07-09 01:01
아시아나 여객기의 충돌 사고 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보다 일찍 점화되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 최소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하는 가운데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7일(현지시간) 조종사의 과실에 무게를 두는 듯한 예비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또 미국 언론들이 기체결함보다는 사고기 조종사가 보잉 777 같은 대형기 운행 경험이 일천하다는 데 초점을 맞추자 아시아나항공은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착륙 당시 속도 너무 느려···재상승 시도=이번 사고의 조사 주체인 NTSB의 데버러 허스먼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지상에 충돌한 아시아나 항공 OZ 214편이 착륙 전 기준 활주로 접근속도보다 아주 느리게 운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 여객기의 비행기록장치 등을 분석한 결과 당시 OZ 214편은 목표 접근 속도에 크게 못 미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항공기는 충돌 1.5초 전에 착륙을 중단하고 다시 상승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허스먼 위원장은 이어 사고 전 항공기의 활주로 접근속도가 시속 124마일로 통상적인 시속 158마일을 하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 조종사가 충돌 7초 전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시하는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며 “하지만 3초 뒤에 실속 경보가 4초 동안 울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설명은 사고 여객기가 너무 느리게 활주로로 진입하다가 실속으로 착륙을 중단하고 다시 고도상승을 위해 기수를 들어올리려 했지만 지상과 충돌했다는 분석으로 해석된다.

허스먼 위원장이 “아직 조사는 한참 멀었다”고 하긴 했지만 NTSB가 기장의 과실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착륙 유도장치 꺼져=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자동 착륙유도장치가 사고 당시 꺼져 있었던 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허스먼 위원장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항공기 조종사들에게 이 공항의 ‘글라이드 슬로프(glide slpoe)’가 꺼져 있다는 통보가 전달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처럼 쾌청한 날씨에는 자동착륙 유도장치가 꺼진 것이 착륙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조종사 경험 미숙?= 뉴욕타임스와 USA투데이 등은 이날 이강국 기장은 사고 기종인 보잉 777기를 운행한 경험이 9차례, 43시간이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조종 미숙에 의한 사고 의혹이 짙다는 뉘앙스다.

이에 대해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강국 조종사의 경우 기종 전환을 위해 숙련된 교관 기장 책임 하에 훈련 중이었다”며 “이번 비행의 모든 책임은 교관 기장이 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비행에 교관을 맡은 기장은 이정민 조종사로 비행시간이 1만 시간이 넘고 보잉 777기 운행 경험도 많은 베테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종사들은 우리 정부 파견 조사단과 가진 면담에서 “고도가 낮아서 출력 레버를 당겼지만 생각만큼 출력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샌프란시스코=배병우 특파원, 김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