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20월드컵 4강 좌절, 아쉬움도 삼킨 명승부… 감동은 영원히

입력 2013-07-08 18:25

‘120분 정규경기 0-1 1-1 1-2 2-2 2-3 3-3.’→‘승부차기 1-0 1-1 1-2 2-2 3-2 3-3 4-4 4-5.’

야구 같은 축구였다. 아니 한편의 드라마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한국대표팀이 만들어낸 극적인 명승부였다. 어린 태극전사들의 투혼은 놀라웠다. 한 골 먹으면 곧바로 따라붙었고, 또 한 골 당하면 곧이어 만회골을 뽑아냈다. 연장전 후반 막판 결정타를 맞았지만 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잔인한 승부차기의 한 순간을 넘기지 못해 눈물을 삼키고 말았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8일 새벽(한국시간) 터키 카이세리의 카디르 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간의 혈투 끝에 3대 3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대 5로 패했다.

이날 경기는 이라크가 먼저 골을 넣으면 곧바로 한국이 추가골을 터뜨리는 양상으로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하는가 싶었는데, 종료가 임박한 후반 13분에 이라크의 샤코르가 혼전 상황에서 그만 골을 넣고 말았다. 2분도 채 남지 않아 사실상 결승골이나 다름없었다. 한국도 패배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이 곧바로 이어졌다.

이광종 감독이 마지막 히든카드 1장을 던졌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교체 투입된 정현철(동국대)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현철은 패색이 짙은 추가시간에 페널티박스 정면 외곽에서 과감한 중거리 슛을 때려 이라크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야말로 동점과 함께 승부차기를 알리는 극적인 골이었다.

FIFA도 이날 경기를 역대 최고 명승부 중 하나였다고 인정했다. FIFA 홈페이지는 “한국과 이라크의 대결은 U-20 월드컵 역사상 가장 놀라운 클라이맥스 중 하나였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한국과 이라크는 상대방을 매우 잘 아는 처지다. 이광종호는 지난해 11월 UAE서 열린 19세 이하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라크와 두 차례 맞붙었다. 조별리그에서 득점 없이 비겼지만 결승전에선 0-1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문창진(포항)의 동점골로 연장전으로 갔지만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벌인 한국은 승리를 거두고 8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양 팀의 4, 5번 키커가 모두 골을 넣어 4-4에서 결국 서든데스 승부가 펼쳐졌다. 한국의 6번째 키커 이광훈이 찬 공은 상대 골키퍼에 막힌 반면 이라크의 샤코르는 한국 골문에 꽂히면서 승부가 갈라졌다. 어린 태극전사들의 눈엔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렇게 명승부는 아쉬움과 탄식 속에 막을 내렸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