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원인규명 길면 3∼5년… 이번엔 6개월 전후 짧을수도

입력 2013-07-08 18:11 수정 2013-07-09 01:05
항공기 폭발·추락 사고 등의 원인을 밝히는 데는 짧게는 6∼12개월, 길게는 3∼5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경우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의 상태가 양호하고, 각종 기록들도 온전하게 저장된 것으로 알려져 빠르면 6개월 내에 해독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추출한 블랙박스 데이터를 실제 운항 상황과 맞춰 점검하고, 면담조사와 블랙박스 해독 당사국 간 협의 등의 절차까지 포함하면 6개월 이상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항공기 사고의 경우 일반적으로 조종사 실수와 기체 결함 등이 원인으로 가장 많이 지목된다.

조종사가 숨졌을 경우 거대 자본을 가진 비행기 생산 업체들이 기체 결함을 숨기기 위해 조종사 과실로 몰아붙이기도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해독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밝혀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흔치 않다고 반박했다.

1993년 7월 26일 전남 해남군 화원면 운거산에 추락해 66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시아나항공 보잉737-500 여객기 사고는 조종사 과실로 드러난 대표적 사례다. 정부가 같은 해 9월 블랙박스 등을 분석해 발표한 조사 결과 사고는 조종사가 3차에 걸친 착륙시도 중 규정을 무시한 채 지나치게 낮은 고도를 선택해 일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1997년 8월 6일 대한항공 보잉747-300 여객기가 괌 공항 착륙 중 야산으로 추락해 225명이 숨지고 29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2년 동안의 조사 끝에 NTSB는 악천후 상태에서 안전장치를 믿은 조종사 실수, 안전장치 오작동, 관제시설 관리 부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고라고 결론냈다.

원인을 찾지 못하는 미제 사건도 많다. 2011년 7월 28일 제주 해상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보잉747 화물기 사고는 조종사 2명의 목숨을 앗아갔지만 여전히 사고 원인은 미스터리다. 사고조사위원회가 블랙박스에 장착돼 있는 메모리칩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사고를 조사해 온 위원회는 기체 뒷부분 화물칸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물기가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했을 뿐 화재 발생 원인은 규명하지 못한 것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