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한국인 탑승객 11명 첫 귀국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 사고 36시간 만인 8일 오후 3시30분. 인천공항 E입국장은 애타는 마음으로 가족의 귀환을 기다리는 이들과 취재진 수백명이 뒤섞여 북새통을 이뤘다. 지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부상자들의 무사 귀국을 기도했다. 이날 한국 땅을 밟은 사고기 탑승객은 ‘살았다’는 안도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7일 오전 10시(현지시간) 아시아나 특별기(OZ 2134)편으로 출발한 11명은 예정시각보다 18분 늦은 8일 오후 3시44분(한국시간) 한국에 도착했다. 자녀 두 명과 함께 미국을 찾았던 40대 여성은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딸을 안고 울며 비행기에서 내렸다.
이들은 사고 순간 느꼈던 ‘악몽’에 치를 떨었다. 최모(28·여)씨 부부는 결혼 1주년을 맞아 7박9일 일정으로 샌프란시스코를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최씨는 “착륙 4~5초 전 갑자기 속도가 붙는 느낌이 들었고 이후 충격이 두 번 있었다. 두 번째 충격은 몸이 튕길 정도로 컸다”면서 “앞부분 엔진 쪽 창문에서 불이 난 것을 봤고 정신이 없어서 여권도 챙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온몸이 아픈 상태인데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시간이 지난 뒤 연락드렸다”고 덧붙였다.
다른 부상자는 “아내와 함께 이코노미석 앞쪽에 자리 잡고 앉았는데 사고 당시가 아예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황모(29·여)씨는 “탈출 순간 이미 기내는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며 “병원에는 30여명 환자가 입원해 있었고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환자도 있었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또 “일찍 안전벨트를 푼 사람들이 튕겨나간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두 명은 휠체어를 타고 입국장을 빠져나오기도 했다.
부상자 입국 과정은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입국 20분 전, 아시아나 직원과 공항 관계자들은 ‘인천국제공항 보안통제’라고 적힌 노란 띠를 입국장부터 엘리베이터까지 삼중으로 설치해 임시 통로를 만들기도 했다.
사고기에 탑승했던 부상자 가족 등 28명은 이날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승객 명단에는 한국인 탑승객 가족 4명과 승무원 가족 5명 등 9명이 포함됐고, 중국인 유가족·관계자 등 19명도 다른 항공편을 타고 출발했다. 아시아나항공 윤영두 사장은 인천공항 환승 게이트에서 중국인 유가족을 만나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라며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상자 가족인 20대 한국 여성은 취재진이 몰리자 울면서 다소 거친 말을 내뱉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50대 남성은 출국 전 “어제 오전 7시 전화로 병원에 있다고 들었는데 현재 정확한 상황을 모르겠다. 아시아나 측으로부터 가족의 상태나 위치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직접 가보려 한다”며 대기실로 황급히 들어갔다.
인천공항=김유나 정건희 박은애 기자 spring@kmib.co.kr
[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사고 순간 일부 승객 튕겨나간 듯” 악몽에 몸서리
입력 2013-07-08 18:22 수정 2013-07-09 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