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재호] 본연의 기능 아쉬운 뉴스통신사

입력 2013-07-08 18:27 수정 2013-07-08 22:14


‘포털저널’이란 조어를 한동안 사용했던 적이 있다. 뉴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으면서 언론 행색(行色)을 하는 네이버와 다음 등 인터넷 포털의 포식적 행태를 빗댄 표현이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연합뉴스가 포털에 뉴스를 실시간 공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만 해도 인터넷 포털과 연합뉴스 간 공생관계가 뉴스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할 것이라는 격문(檄文)에 대다수 신문사들이 침묵했다. 신문사의 인터넷판 뉴스 담당자들만 발을 동동 굴렀지 종이신문은 생태계 교란을 외면했다. 아니 무시했다.

연합뉴스와 계약 해지 속출

그랬던 신문사들이 올 들어 뿔이 났다. 7년 만이다. 지난 1월 중앙일보를 필두로, 2월엔 조선일보, 그리고 7월부턴 동아일보가 연합뉴스와 뉴스전재 계약을 해지하고 나섰다.

연합뉴스가 부랴부랴 전재료 인하와 함께 포털 뉴스공급 20% 축소안을 들고 나왔지만 동아가 끝내 고개를 돌렸다. 조중동은 포털과의 단절을 요구하며 요지부동이고 나머지 신문사들도 조중동과 생각이 다를 바 없지만 추이를 더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것에 대한 시시비비를 이제 와서 가릴 생각은 없다. 다만 꿈쩍도 않던 연합뉴스가 이왕 전향적 자세로 나온 마당에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신중하고도 발전적인 논의가 진행됐으면 좋았겠다.

전통미디어 환경에서 연합뉴스는 신문사와 방송사에 유료로 뉴스를 공급하는 뉴스통신사(도매상)이다. 여기에 노무현 정권은 연합뉴스를 국가지정 뉴스통신사로 지정, 날개를 달아줬다. 이를 위해 제정한 뉴스통신진흥에관한법률(이하 연합뉴스사법) 제1조(목적)는 연합뉴스에 공적 책임과 공익성·공공성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신문법상 신문사에 사회적 책임과 민주적 여론형성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확연히 구별된다. 연합뉴스가 정보격차 해소 등 공익(公益)을 목적으로 공중(公衆)에게 뉴스정보를 제공하는 경우 정부는 그 대가로 정보이용료를 지급할 수 있다(제6조2항). 이에 따라 연합뉴스는 연간 350억원 안팎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법재판소는 2005년 6월 결정한 사건에서 뉴스통신사에 대해 “신문사·방송사 등 다른 언론매체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원시적인 형태의 뉴스정보를 제공하는 기능과 역할을 수행한다”고 규정했다. 아울러 AP, 로이터, AFP 등 3대 통신사의 독점 구조에서 뉴스통신사는 국제뉴스 정보를 국내 언론기관에 배포·전달하고 우리 관련 뉴스 정보를 전 세계 언론기관에 알리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대외적으로는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대내적으로는 국민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뉴스통신사에 대해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반드시 요청된다는 것이다. 이는 연합뉴스가 제시한 축소안 중 해외취재, 북한, 재외동포, 다문화, 지방 등 ‘공적 기사’의 경우 현행대로 포털에 제공한다는 주장과 일부 상통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시간차 포털 전송 검토할 만

하지만 공적 기사가 아닌 정치, 경제, 사회 등 일반기사의 경우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일반기사 건수의 20%를 축소하는 것으로 타협하겠다는 제안은 신문사들이 결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부분일 것이다. 정부 지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인터넷과 모바일의 강자로서 군림하겠다는 속내가 엿보인다. 이러한 발상은 뉴스통신이 방송·신문 등 타 분야의 언론과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정부가 강구하라고 명시한 연합뉴스사법 제6조1항과도 배치된다.

그렇다면 차라리 신문사와 포털 간 시차를 두고 일반뉴스를 전송할 테니 상생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안했으면 결과가 어땠을까. 앞으로 지켜 볼 일이다.

정재호 디지털뉴스센터장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