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국정원 논란’ 적극 대응 선회

입력 2013-07-08 18:02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집권 후 처음으로 직접 나서서 국가정보원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역대 정권 내내 국내정치 개입 논란에 휩싸였던 국정원의 ‘환부’ 도려내기가 급물살을 탈 조짐이다.

박 대통령은 그간 ‘댓글’ 의혹 사건과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공개 여파로 국정원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와중에도 침묵을 지켜왔다. 두 문제 모두 여야에 의해 촉발된 ‘정치권의 문제’일 뿐 국정운영 책임자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맡겨둔 국정원 개혁작업 결과를 일단 지켜보겠다는 스탠스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을 고리로 대선 무효화 투쟁 움직임까지 보이자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국정원 스스로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야권의 공세를 꺾고 동시에 ‘내부 개혁’을 통해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계속 ‘무대응’ 기조를 유지할 경우 국정원 국정조사와 맞물려 자칫 박 대통령 자신에게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계산도 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명박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행한 일 때문에 새 정부가 부담을 가질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작용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국정원 댓글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거듭 요구했다.

통치권자의 확고부동한 소신이 확인된 만큼 국정원은 이른 시일 내 고강도 개혁 청사진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개혁 작업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진행될 사안은 국내 파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보 수집과 사이버 테러 대응, 경제안보 수호 등을 국정원 본연의 업무라고 한정했다. 그 외에 해당하는 국내정보 수집 부분은 이 세 가지 기능에 통합되거나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이미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국내 파트를 아예 없애자는 주장이 터져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완전히 폐지할 수는 없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내 종북세력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보기관의 국내정보 수집 기능을 무조건 없애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면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분야의 역할과 기능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게 청와대와 정치권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이럴 경우 ‘1차장=해외, 2차장=국내, 3차장=북한’이라는 국정원 조직 구성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국정원 요원들의 국내 기관 출입 관행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지금처럼 각종 공공기관을 반(半)공개적으로 드나들며 불필요한 정보까지 수집하는 행태로는 정치 개입 논란을 잠재울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정원 기관원들이 신분을 노출하며 버젓이 ‘출입처’를 출입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활동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다 없앨 수 없다면 비공개 같은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