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떨어지자 경영진 자사주 매입 부쩍… 약발은 “글쎄”
입력 2013-07-09 04:59
김환 삼성전자 전무는 지난달 25일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131만3000원에 110주 사들였다. 김 전무는 지난 5월 말에도 3억1500만원을 들여 삼성전자 222주(주당 141만8000원)를 장내 매수했었다. 정우인 전무, 박학규 전무, 박찬호 상무와 강봉구 상무 등 다른 임원진도 지난달 삼성전자 주식 100∼800주를 각각 매수했다.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매수한 임원은 전무급만이 아니다.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과 이돈주 무선사업부 사장도 지난달에 주가가 130만원 후반∼140만원 초반 선에서 움직일 때 자사주를 작게는 10주부터 많게는 308주까지 취득했다. 이 기간에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한 임원도 있었다. 조재문 전무는 주당 58만3000원에 스톡옵션 200주를 행사, 시세로 환산하면 2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하락 장에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 늘어=삼성전자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에 따라 펼쳐진 하락 장에서 최대주주와 경영진, 사외이사 등 특수관계인의 자사주 저가매입이 잦아지고 있다. 싼값에 주식을 사들일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특수관계인은 지난달에만 10여명에 이른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지난달 14일 한라건설 주식 1만6240주를 장내 매수했다.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의 아들인 정경선씨는 지난달 19일 2만5300주를 샀다.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은 지난달 7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4000주를 사들였고, 김정래 현대종합상사 사장도 25일에 500주를 매입했다. 윤장섭 유화증권 명예회장은 지난달 10여 차례에 걸쳐 각각 100∼200주씩 무려 5000여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왜 이들은 하락 장에서 아낌없이 자사주 매입에 돈을 투자할까. 금융투자업계는 내부자에 해당하는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주식이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한 연구원은 “2011년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10% 이상 빠져 임원들이 대거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자사주 매입 이후 주가가 회복됐다”고 말했다.
◇주가 상승 ‘보증수표’인가 무리한 주가 부양인가=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호재지만 확실한 주가 상승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지난 4∼6월 주가 안정을 위해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공시한 회사는 모두 22곳이었다. 코스닥시장 대장주 셀트리온은 이 기간 동안 2회에 걸쳐 750억원을 들여 자사주 150만주를 매입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삼성증권이 지난 4월 자기주식 300만주를 3150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었다.
하지만 주가 부양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 지난 4∼5월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기업의 1개월 평균 주가 상승률은 -2.5%로 집계됐다. 지난 4월부터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기업이 현재 거둔 이익은 평균 -0.83%에 머무른다. 셀트리온의 경우 4월 3일 자사주 취득을 처음 공시한 뒤 잇따른 대주주 지분 매각설과 공매도 논란에 주가가 한 달 사이 41.4% 추락하기도 했다.
내부자의 자사주 매입 움직임은 현재 주가가 기업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참고지표가 될 수도 있다. 다만 급격하게 투자심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큰 영향력이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사주 매입이 저가 매수인지 무리한 주가 떠받들기인지 확인하려면 역시 기업의 펀더멘털인 실적을 참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