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1) 뇌수종 앓는 우간다 5살 소년 나디기 만난 신우인 목사

입력 2013-07-08 17:14


“머리커지는 질병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조금만 기다려주렴, 생명의 줄 놓지말고”

오랜 내전의 고통이 아직 아물지 않은 동아프리카 우간다의 카총카 마을은 3만여명이 거주하지만 의료시설은 보건소 2개가 전부인 열악한 오지다. 주민들은 원인 모를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 받고, 임산부들은 영양실조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것도 어렵다. 신우인(58·포이에마예수교회) 목사가 최근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회장 양호승)과 함께 카총카 마을을 방문해 머리가 점점 커지는 뇌수종으로 죽음의 문턱에 있는 한 소년을 만나고 돌아왔다.

“조금만 기다려주렴 아이야, 생명의 줄을 놓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려 줘. 꼭 다시 돌아오마.”

2∼3평 크기의 창문이 없는 흙벽돌집의 바닥 위에 담요 한 장을 깔고 누워 있는 나디기(5)의 모습을 본 신 목사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아이의 머리는 성인의 2배 정도 크고 팔과 다리는 앙상했다. 아이는 큰 머리를 지탱할 수 있는 힘이 없어 하루 종일 홀로 누워 있다. 척수액이 차오른 머리는 오랫동안 치료를 받지 못해 곳곳에 상처가 나있고 군데군데 진물이 고여 있다. 머리에 생긴 욕창에 파리 떼들이 몰려들었지만 아이는 쫓을 힘이 없어 가쁜 숨만 쉬고 있다.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아이의 엄마 하이나(27)는 “태어나서 일주일이 지났을 때부터 아이의 머리가 조금씩 부어오르기 시작했어요. 급히 보건소로 데려갔지만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고 했어요. 치료법이 있다고 해도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어쩔 수가 없어요”라고 말했다. 뇌수종을 앓고 있는 나디기는 현재 영양실조도 함께 앓고 있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태다.

다섯 명의 아들 중 셋째 아들로 태어난 나디기는 말을 할 줄 모른다. 남은 힘을 다해 울부짖는 것으로 대신 말한다. 하루에 몇 번 어떨 땐 하루 종일 울어서 목이 쉬기도 한다. 아이를 달래는 방법은 먹을 것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줄 우유나 죽이 없어 엄마는 나무뿌리 삶은 물을 먹인다. 그나마 형 마틴(9)이 하루 종일 농사일을 하고 저녁에 돌아오는 부모를 대신해 낮에 나디기를 돌봐주지만 아이는 거의 방치된 상황이다.

신 목사는 나디기를 보건소에 데리고 갔다. 보건소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항생제 연고를 발라주고 머리에 붕대를 대주는 정도였다. “나디기는 그 정도의 치료에도 굉장히 편안해 했어요. 잠시라도 아프지 않으니까요. 이후 나디기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진료를 받았는데 아이의 두개골이 이미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머리 크기를 줄이는 수술은 불가능한 상태였어요.”

신 목사는 나디기를 본 순간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오랜 시간 고통 속에 지냈을 아이를 생각하니 한국에서 안락한 환경에서 목회를 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어요. 목사로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지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돌아가서 내가 본 것을 알리고 후원하는 일이었지요.”

신 목사는 한국으로 돌아온 부활절 헌금으로 모은 5만 달러를 우간다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포이에마예수교회는 교회 건축을 하지 않고 헌금의 50%는 무조건 구제와 선교에 사용한다. 또 교회는 지난 2008년엔 월드비전의 ‘워터풀 크리스마스 캠페인’에 참여, 우간다에 우물을 파주기 위해 1000만원을 후원했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신 목사는 또 우간다에 보건소 세우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신 목사는 월드비전 우간다사업장을 방문하고 희망을 보았다고 말했다.

“제가 희망을 본 것은 월드비전이 오지까지 실핏줄처럼 뻗어 있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직을 갖고 있는 거예요. 지역학교를 방문해보면 후원을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차이가 나요. 한달 3만원의 후원으로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점심급식을 할 수 있으며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작은 도움이 아이들에겐 인생을 바꿔주는 손길이 됩니다.”

이지현 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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