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기고]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입력 2013-07-08 17:14
한국에서 비행기로 15시간, 다시 차로 7시간 이동해 도착한 카총가 지역은 수도 캄팔라로부터 동쪽으로 250㎞ 정도 떨어져 있고 3만여명의 인구 중 55%가 아동으로 이뤄져 있을 만큼 젊음이 살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난 20여년간 진행된 내전 피해로 약 48% 이상의 지역주민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사회 기반시설이 부족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월드비전은 카총가 지역에서 2005년부터 다양한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카총가 지역개발사업장 팀장 앤드루는 “월드비전은 한국 후원자들의 소중한 후원금으로 우물, 보건소. 학교 등을 건축하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주민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자신들이 사는 지역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숙소에서 1시간 정도 먼지 나는 흙길을 달려 만난 삼손이라는 아이는 올해 다섯 살로 태어나서 한번도 걸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 대야에 앉아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머니 등에 업혀 있거나 혼자 잠을 자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아이의 엄마는 슬픈 표정으로 말했다. “원래 삼손은 태어났을 때는 다른 아이들과 다른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머리가 커지는 증상을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형편이 되지 않아 이렇게 방치된 상태랍니다.”
삼손을 처음 만났을 때 아이가 며칠 동안 음식을 먹지도 않고 잠도 못 자고 있다고 해 큰일이 날 것 같은 마음에 삼손을 안고 보건소로 향했다. 다행히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니지만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았지만 문제는 보건소에 약이 다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돈이 있어도 약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야속하기만 했다. 결국 약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영양상태가 심각했기 때문에 신우인 목사님은 온 가족이 두 달 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입해 삼손 부모에게 전달했다.
우간다를 포함한 월드비전이 사역하는 많은 국가에는 삼손과 같은 아이들이 많이 있다. 한 사람이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죽어가고 있는데 다른 모든 사람들은 그냥 지나쳐 가지만 사마리아인은 그 사람을 치료하고 돌봐주었다는 예수님의 비유. 월드비전 직원인 나는 개인적으로 월드비전이, 그리고 월드비전을 통해 후원하고 있는 모든 후원자들이 현대판 사마리아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름만 삼손이지 세상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난과 억압, 굶주림과 질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삼손과 같은 아이들이 우리의 강도 만난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음으로 월드비전과 같은 구호기관을 통해 이들을 후원하는 것이 “가서 너도 이와 같이 하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오늘날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이 아닐까.
김진택 월드비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