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학습지도사 고용, 어려운 환경 아이들 학업 도와

입력 2013-07-08 17:48


제주시 용담동에 사는 이준희(12·가명) 학생은 학원이라곤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 아버지는 5년째 간경화로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복부에 물이 차고 입술이 검게 변해 앓고 있는 아버지를 볼 때마다 준희의 가슴도 타들어간다. 항상 병원에 의지해야 하는 아버지에게 학원비 이야기는 아예 꺼낼 생각도 못해봤다.

어머니는 준희가 세 살 때 집을 나가버렸다. 정부지원금 외에는 수입이 전혀 없기 때문에 준희에게는 학용품 하나 사는 것도 버거운 일이다. 이 때문에 학교 공부를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했다.

그러던 준희에게 희망이 찾아온 것은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의 일자리창출 지원금이었다. 공항공사 제주본부는 일자리창출 지원금으로 학습지도사를 고용해 준희에게 학과공부를 지도해주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는 제주본부 직원이 직접 교육지원 봉사활동에 나서준 덕분에 준희의 성적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올라갔다. 준희는 열심히 공부해서 한국공항공사와 같은 직장에 들어가는 꿈을 꾸고 있다.

공항공사 제주본부의 일자리창출 지원금이 꿈을 잃은 아이들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제주본부는 올해 일자리창출 지원금 1억1000만원을 책정했다. 2010년부터 4년에 걸쳐 총 78회 4억8000만원의 지원금을 지출했다. 이 돈으로 학습지도사를 고용해 기초수급대상 가정 아동들의 공부를 도와주고 있다. 젊은이 일자리도 창출하고,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공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서귀포시에 사는 강현구(15·가명) 학생도 학습지도사 덕을 톡톡히 봤다. 현구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사는 게 막막했지만 제주본부의 지원으로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있다”며 “시내 유명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기말고사 성적이 좋아 요즘 학교 가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제주본부는 이와 함께 제주국제공항 주변 소음피해지역의 소년소녀가장들을 후원하는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펴고 있다. 도내 곳곳을 돌며 소년소녀가장의 집을 찾아 낡은 곳을 고쳐주는가 하면 빨래봉사, 급식봉사, 가재도구 지원, 김치 담그기, 태풍피해복구 환경정화활동 등 직접 몸으로 부닥치는 봉사활동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900여명의 직원들이 참가해 5000여명에 이르는 지역 내 소외계층에 사랑의 손길을 전했다.

유재복 제주본부장은 “사회공헌 활동을 크게 제주환경 지키기와 이익 나누기로 방향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며 “제주공항을 운영해 얻게 되는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공부에만 열중할 수 있도록 하는 학습지원체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