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관절염 환자 줄기세포치료 돕는 산악인 엄홍길씨 “어르신 불편 덜어드려야죠”

입력 2013-07-08 18:48


“돈 때문에 치료를 받지 못해 등산은커녕 일상생활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불우 무릎 관절염 환자들을 돕고 싶습니다.” 산악인 엄홍길(53)씨가 지난 5월 연세사랑병원(병원장 고용곤)과 손잡고 불우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들 치료에 필요한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 시술 연중 지원 캠페인을 시작하며 한 말이다. 카티스템을 이용한 줄기세포치료는 초·중기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에게 시행할 수 있는 신의료술이다. 손상된 무릎 연골을 재생시켜 본인의 관절을 계속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 소위 ‘인공관절치환술’과 다른 점이다. 고용곤 병원장을 통해 엄씨가 왜 불우 무릎관절염 환자 돕기 캠페인에 나서게 됐는지와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 등산 운동법에 대해 물어봤다.

-불우 환자 대상 카티스템 시술 지원사업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산악인에게 있어 무릎 질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등산을 할 때에는 신체 하중이 무릎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부담감도 커집니다. 저는 한평생을 산악인으로 살면서 무릎 질환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주변 동료들을 많이 봐 왔습니다. 또 그들이 치료하는 모습을 보며 그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됐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면서 무릎 질환으로 고생하고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은 대체 어떻게 생활하고 계실까?’란 생각 말입니다. 연세사랑병원과 함께하는 카티스템 후원사업은 그분들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엄홍길휴먼재단은 언제 설립됐고 무슨 사업을 하고 있습니까.

“엄홍길휴먼재단은 국내외 청소년 교육사업 및 소외계층 지원사업 등을 펼치고자 2008년 5월 28일 설립한 재단법인입니다. 현재 네팔 오지마을에 16개 초등학교 건립을 목표로 하는 ‘휴먼스쿨’, 히말라야 산악지대에 거주 중인 난치병 아이들을 돕는 ‘희망날개 프로젝트’ ‘히말라야 의료봉사단’ ‘히말라야 자원봉사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향후에는 우리나라의 선진 의료기술을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 알리는 일도 할 계획입니다.”

-과거 무릎부상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저는 1998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정상을 500m가량 앞두고 오른쪽 무릎과 발목을 크게 다친 경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철심 박는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주치의는 제 무릎 상태를 보더니 더 이상 등산을 하는 것은 무리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수술 1년 후 도봉산을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놀라울 정도로 무릎 상태가 좋아졌습니다. 등산이 무릎 건강에 좋다는 것을 체험한 것입니다. 무릎 부상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금 무릎이 아파도 언젠가 다시 건강하게 걸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등산 운동 요령과 부상 예방법을 소개해주시죠.

“그렇다고 무조건 난이도 높은 등산 코스를 목표로 삼는 것은 과욕입니다. 무릎 질환에서 회복된 지 얼마 안 됐다면 걷기 쉬운 동네 야산 오르기부터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무릎 근육과 인대 상태를 봐가면서 거리와 난이도를 차츰 높여가야 합니다. 아울러 돌이나 모래가 많은 길 대신 초반에는 흙길 코스부터 걷는 게 좋습니다. 산을 넘어 갈 때는 등반 시 급경사를, 하산 시 완경사를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동네 야산에 갈 때도 등산 스틱은 꼭 챙겨야 합니다. 스틱 하나가 체중을 30%씩 분산해 무릎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입니다. 스틱을 구입할 때는 길이 조절이 가능한 것을 선택합니다.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발목 관절을 안정화시켜 주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 시술 신청 바랍니다

엄홍길휴먼재단(이사장 이재후)은 관절질환 전문 연세사랑병원(원장 고용곤)과 손잡고 불우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초·중기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앓는 생활보호대상자(1, 2종) 또는 차상위 계층 가운데 카티스템 치료를 바라는 이들은 엄홍길휴먼재단 홈페이지(www.uhf.or.kr)의 게시판에 자신의 사연을 올리거나 전화(02-2272-8849)로 신청하시기 바랍니다. 환자 본인은 물론 보호자의 대리 신청도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