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박사과정 송은성씨… ‘뮤직시트’ 개발 음악을 선물하다

입력 2013-07-07 19:53


한 자동차회사의 광고. 헤드폰을 끼고 다니면서 자신의 장애를 숨기고 싶어 하는 어린 청각장애인이 음악실로 오라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고 음악실로 향한다. 음악실에는 아이를 위한 의자가 마련돼 있다. 친구들에 이끌려 의자에 앉자 아이에게 멜로디와 진동이 느껴진다.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음악을 듣고 감격한다.

이 광고에 등장하는 ‘뮤직시트’는 한 박사과정 학생의 꿈과 애정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서강대 영상대학원 예술공학 박사과정인 송은성(31·여·사진)씨는 100여명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직접 테스트를 해보면서 3년에 걸친 긴 작업 끝에 이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송씨는 7일 “우연히 청각장애인들이 소리보다 진동을 더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인공 와우 수술을 통해 청각장애인들도 소리를 일부 들을 수 있지만 기계음처럼 불편하게 들려 진동을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뮤직시트’는 앉은 사람의 허벅지와 등 쪽에 음악의 울림을 크게 느끼도록 해 온몸으로 음악을 듣는 구조다.

청각장애인들은 실제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스피커 근처에서 울림을 느낀다. 이 때문에 노래방에 가거나 클럽에 가서 음악을 즐기기도 한다. 송씨는 “뮤직시트는 귀로 듣는 것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실험 결과 70% 정도 원음에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며 “평소 리듬만 느꼈다면 뮤직시트로는 멜로디의 변화나 장르 구분도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배웠지만 음악에 대한 관심이 깊었던 송씨는 두 가지를 융합한 예술공학을 전공하면서 누구나 예술을 즐기게 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꿈은 자연스레 장애인 예술활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송씨는 지체장애인의 뇌파 신호를 멜로디로 바꾸는 작업과 생각으로 소리를 달라지게 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그는 “누군가는 장애인의 예술활동을 사치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기술의 힘을 빌리면 어렵지 않게 그들도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뮤직시트 제작기술은 현대자동차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이전됐다. 현대차는 뮤직시트를 상용화하기 위해 안정성·내구성 등을 실험하고 있는 중이다. 이와 함께 서울 시립서대문복지관, 서울 농아학교 등 멀티미디어실에 뮤직시트를 설치해 청각장애인들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기부하기도 했다.

송씨는 “테스트 중 만난 청각 장애인들은 음악을 느끼며 매우 즐거워했다”면서 “학생들이 ‘친구들과 여행을 갈 때 우리도 음악을 들으면서 갈 수 있겠다고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성이 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그간 개발이 늦어진 것 같다”며 “장애인 예술에도 꾸준한 관심을 갖고 개발해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