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페드로 또 해트트릭… 삼바축구 진수 보인다
입력 2013-07-07 19:22
K리그 클래식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시즌 18골을 쓸어 담은 자일은 동계훈련 직전 일본 J리그로 옮겼고, 14골을 넣은 산토스는 전지훈련 중 중국으로 떠났다. 박 감독은 새로 영입한 브라질 출신의 공격수 페드로(26)에게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희망은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 브라질 3부 리그 빌라 노바에서 출장 기회도 제대로 잡지 못한 채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페드로. 하지만 이번 시즌 ‘삼바축구’로 K리그 클래식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페드로는 지난 6일 창원축구센터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경남FC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시즌 11, 12, 13골을 잇따라 터뜨린 페드로는 이날 이동국(10골·전북 현대)을 제치고 득점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페드로는 지난 5월 26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한 바 있다.
2003년 빌라 노바에 입단한 페드로는 2007년 J리그에 진출했다. 오미야 아르디자에 입단한 뒤 2011년까지 J리그 4개 구단을 전전하며 총 47경기에 출장했지만 정규리그 15골에 그쳤다. 페드로는 일본 체류 당시 아내가 몇 차례 병치레를 했는데, 그때마다 휴가 때문에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그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 주지 못했다. 결국 페드로는 2012년 빌라 노바로 돌아갔다.
박 감독은 스카우트의 추천을 받고 페드로의 경기를 보러 갔다.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드리블 능력과 탁월한 위치선정 그리고 뛰어난 골 결정력에 반한 박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떠올리게 한다. 한국 무대에서 큰일을 낼 선수다”며 바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페드로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제주에서 태어난 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기 때문인지 일본에서와는 차원이 다른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페드로는 다른 브라질 출신 선수와 달리 다혈질이 아니다. 구단과 팀 동료에 대한 애정도 크다. 골을 넣으면 유니폼 상의의 팀 엠블럼에 입을 맞춘 뒤 박 감독에게 달려가 포옹한다.
이번 시즌 페드로가 K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동유럽 출신 선수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