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이토 히로부미는 위인” 망언

입력 2013-07-07 19:17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침략의 역사를 부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를 위대한 인물이라고 치켜세우는 망언을 했다.

아베 총리는 5일 안중근 의사의 저격으로 사망한 이토 히로부미에 대해 “존경받고 있는 위대한 인물”이라며 “그 점은 (한·일이) 상호 존중해야 한다”고 망언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BS후지TV 프로그램에 출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방중 때 하얼빈역의 안 의사 거사 현장에 기념 표지석을 설치하도록 협조해줄 것을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게 요청한 데 대해 견해를 요구받자 이같이 답했다.

일본의 1, 5, 7, 10대 총리이자 초대 조선통감(1906∼1909)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는 1909년 10월 26일 러시아와의 협상을 위해 만주를 방문했을 때 하얼빈역에서 안 의사에게 저격을 당해 사망했다.

그는 메이지(明治) 헌법의 초안을 작성하고, 양원제 의회의 확립에 기여했다는 등 이유로 일본 국내에서는 근대화를 이끈 인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과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1905년 러·일전쟁 후 조선에 파견돼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초대 조선통감으로서 한일합방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각인돼 있다.

결국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한·일 간 당면 갈등요인인 역사인식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