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아카시아밴드 5집 발표… 여름밤과 어울리는 짙은 감성곡 수록

입력 2013-07-07 19:28


혼성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소규모)의 멤버 김민홍(38)은 팀의 정규 5집 ‘슬로우 다이빙 테이블(Slow Diving Table)’이 발표된 지난달 26일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 ‘아직 잠들지 않았다면 소규모 5집을 들어보세요. 창문을 열고 밤하늘과 함께 들으시면 좋습니다.’

실제로 이들의 5집 음반 재킷 사진은 별이 총총히 박힌 제주의 밤하늘이다. 앨범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여름밤과 어울리는 짙은 감성의 음악들이 수록돼 있다.

최근 서울 합정동 소속사(파스텔뮤직) 사무실에서 소규모 멤버 김민홍과 송은지(34)를 만났다. 2004년 1집을 발표해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을 맞는 이들에게 이번 앨범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예전엔 음반을 내면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이 됐어요. 하지만 이번엔 모르겠어요. 팬들 반응도 모르겠고, 우리가 음반을 통해 무엇을 얼마만큼 해냈는지도 감이 안 잡혀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도 들어요. ‘이번 앨범을 통해 내 인생이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단계로 넘어갔구나.’”(송은지)

“1∼4집을 만들면서 저희에게 쌓인 부분 중 버릴 건 버리고, 잘할 수 있는 것만 모아서 만든 앨범이 5집인 거 같아요. 이번 앨범은 정말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김민홍)

총 14곡이 담긴 음반을 들어보면 이색적인 구석이 많다. 특히 각 수록곡마다 제각기 다른 ‘소리’들이 삽입돼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들 소리의 정체는 음반 속지에 적혀 있다. ‘(제주) 아람볼 해변의 바다 소리’ ‘(서울) 망원역 거리의 소리들’ ‘제주 모구리 야구장의 풀벌레 소리’ ‘종이 구겨지는 소리’…. 고명처럼 얹힌 이들 소리는 각 노래에 색다른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2008년 발표한 미니음반) ‘일곱날들’을 만들 때부터 다양한 소리에 대한 관심이 많았어요. 이번 음반 수록곡 중 상당수는 스튜디오가 아닌 열린 공간에서 녹음을 진행했는데, 산만한 환경이 오히려 저를 편안하게 해주더라고요. 일부러 삽입한 소리도 많지만 우연히 들어간 소리도 있어요. 음악에 주변 소리를 잘라 붙이는 작업이 재밌더라고요.”(김민홍)

5집 타이틀곡 제목은 ‘순간’이다. 통기타 선율에 차분한 송은지의 음색이 어우어진 곡이다. 송은지는 ‘순간’의 노랫말을 쓰는 데만 1년2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민홍 오빠가 쓴 멜로디를 계속 들었어요. 선율에 맞는 이미지를 건져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고요.”

소규모 데뷔 음반이 나온 건 2004년이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2년이다. 그동안 둘은 서로에게 음악의 동지(同志)였고 베스트 프렌드였다.

“11년 동안 만나고 있는데 이성으로 정분(情分)이 안 난 것도, 계속 팀을 하고 있다는 것도 전부 신기해요. 어떻게 보면 은지는 저에게 가장 친한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김민홍)

“민홍 오빠는 무슨 일을 하든 억지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없어요. 음악 작업도 자연스럽게, 힘을 주지 않으면서 진행해요. 그런 점이 참 멋있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송은지)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