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르시 찬반세력 충돌 36명 사망·1100여명 부상… 엘바라데이 총리 지명 놓고도 혼란
입력 2013-07-07 19:16
군부 쿠데타로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을 축출한 이집트 정국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야권지도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과도정부의 신임총리로 지명됐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그를 지명하지 않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둘러싼 찬반 세력의 충돌도 격화돼 36명이 사망하고 1100여명이 부상했다.
관영 메나(MENA) 통신 등 현지 언론은 6일(현지시간)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과도정부의 신임 총리로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수르 임시 대통령으로부터 내각을 구성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시민단체와 반정부 세력 연합체인 ‘타마로드’도 AFP통신에 “만수르 임시 대통령과 타마로드가 엘바라데이를 신임 총리로 임명키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수르 임시 대통령의 대변인은 BBC에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이 총리로 지명되지 않았으며 만수르 대통령이 그의 총리 지명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만수르 임시 대통령은 군부 관계자와 엘바라데이 등 야권지도자와 만나 정국 수습방안을 논의했다. 또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과는 대통령궁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일부에서는 히샴 라메즈 이집트 중앙은행 총재가 총리로 지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그는 경제문제를 담당할 부총리로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엘바라데이 전 사무총장의 총리 지명설에 무슬림형제단이 만든 자유정의당은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자유정의당 관계자는 “엘바라데이의 총리 지명을 포함해 쿠데타로 비롯된 모든 결과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무르시 축출을 놓고 찬반세력이 5일 이집트 전역에서 충돌해 36명이 사망하고 1100여명이 부상당했다. 특히 무르시 대통령 지지세력은 무르시의 복귀를 촉구하는 대규모 추가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또 다른 충돌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세력은 집회 과정에서 자동소총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이집트 사태와 관련해 영국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이집트 군부는 ‘개입과 혼란 허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르시를 축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었다”고 주장해 군부를 두둔했다. 반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폭력사태를 강력히 비난하면서도 “미국은 이집트 내 어떤 정파도 지원하지 않는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는 무르시 정권 축출사태가 경제에 타격을 주고 정치적 불안을 키운다며 6일 이집트의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한 단계 내렸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