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검색 키워드로 본 여야의 전략
입력 2013-07-08 04:59
與 ‘盧 NLL 포기’ 자료 확보 주력 野 ‘공동어로수역’ 제안 입증 초점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 자료제출과 관련해 지난 5일 검색용 키워드(핵심단어) 7개를 합의·제시함에 따라 국가기록원의 자료검색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키워드 제시는 256만건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자료를 모두 열람할 수 없다는 기술적 한계에 따른 것이지만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에 이뤄진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의 진상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절차에 해당한다. 키워드 선택에 따라 제한된 열람기간에 양당이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지가 판가름 난다는 점에서 키워드엔 여야의 숨은 전략이 담겨 있다.
양당은 ‘남북정상회담’ ‘북방한계선’ ‘NLL’ 등 3개의 공통 키워드를 선정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은 등거리·등면적과 군사경계선을, 민주당은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회담을 각각 개별 키워드로 제안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국가기록원이 여야 합의 하에 검색 키워드를 제출해 달라고 통보해 와서 그제(5일) 저녁에 공통 키워드 3개와 여야가 각각 주장하는 2개씩을 잠정 합의해 국가기록원에 제출했다”며 “내일쯤 1~2개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에 초점을 맞춰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 ‘군대’를 추가 키워드로 제시할 방침이다.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NLL에서 쌍방 군대를 철수시키고 양측의 경찰이 관리를 하는 평화지대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군대 철수’가 사실상 NLL 포기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등거리·등면적’과 ‘군사경계선’을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제시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의 공동어로구역 설치가 ‘NLL을 기점으로 남북 간에 등거리·등면적으로 하자’는 구상인데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NLL을 해상 군사경계선으로 고수했는지 확인해 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이 NLL 수호를 전제로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또는 ‘공동어로구역’을 제안했다는 점을 입증해 보이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정상회담 이후 2007년 11월에 열린 남북국방장관 회담에 참석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을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은 지난달 27일 의원총회에서 “김일철 (북한)인민무력부장이 김장수 국방장관의 NLL 고수 입장에 대해 남북정상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과 전화해 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은 지난 1일 좌담회에서 “NLL 문제는 군사문제이기 때문에 소위 정상회담 전에는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이야기했고 해결이 안 되니까 정상회담 때는 노 전 대통령이 11월 장관급회담을 제의해서 성사됐다”며 노 전 대통령이 NLL을 정상회담 의제로 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입수 및 공개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새누리당 김무성 정문헌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공세를 위한 고소 남발을 즉각 중단하라”고 비난했다.
김재중 김아진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