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소비 감소에 이집트 악재까지… 한국경제 첩첩산중
입력 2013-07-08 05:06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인데 우리 경제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 수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국내 경기는 호전될 기미가 없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커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위에 포르투갈, 이집트 등 악재가 겹치며 우리 경제를 둘러싼 외풍(外風)은 되레 거세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경제동향 7월호’를 발간하고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이 대체로 부진한 가운데 내수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전반적인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월 이후 미약한 회복세를 보였던 수출은 4개월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4월 반짝 회복세를 탔던 광공업 생산은 한 달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거꾸러졌다. 민간소비 증가세도 줄어들고, 설비투자지수는 지난해 5월 이후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 탓에 자산가격과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외부 여건도 만만치 않다. 투자·소비 등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외국에서 불거지는 각종 악재는 경기회복에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KDI는 “세계경제는 회복세가 다소 약화되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주요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금융시장의 주요 변동성 지표도 상승했다. 국제 금융시장이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포르투갈의 연정 붕괴 위험에 따른 유럽 재정위기 악화 가능성, 이집트 정정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브라질·인도·중국 등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엔저도 위협요인이다. 엔·달러 환율은 최근 다시 100엔 선을 돌파하면서 우리 수출 기업에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5월 103엔을 넘어섰다가 한 달 만에 94엔대까지 급락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100엔을 돌파하면서 강력한 엔저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유난한 무더위도 만만찮은 시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면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노동집약적인 자동차 산업 등에서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불황으로 지갑을 닫고 있어 휴가철 소비특수를 기대하기도 힘들다.
전력 수급은 불안을 키우고 있다.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다음 달 둘째 주가 전력 수급의 최대 고비로 꼽히고 있다. 예비전력이 부족해 제한 송전 등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산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