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등록금 유용 3년전 알고도 ‘팔짱’

입력 2013-07-08 05:03


교육부가 학생이 낸 등록금 등으로 교직원들의 연금을 대납해준 사립대를 3년 전에 적발하고도 솜방망이 처분으로 사태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위법을 적발하고도 관련 제도를 고치지 않은 탓에 교육부는 이번에 적발된 2080억원(국민일보 4일자 1면 등 참조)에 대해 회수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상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아 7일 공개한 ‘2010∼2012 사립대학 회계 부분 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 8월 23일∼9월 3일 진행된 한양여대 감사에서도 사학연금 대납 문제가 불거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교육부는 “인사규칙에 정하지 않고 내부결재로 법인 및 대학 교직원에게 사학연금보조금 3억443만9000원을 지급했다”며 “연금보조금 등을 지급하는 일 없도록 바람”이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당시에도 위법하게 쓰인 돈을 회수하지 않았고 이 대학은 지난해 10월까지 이 같은 관행을 유지했다.

같은 해 7월 26일∼8월 6일 진행된 계명문화대 감사 때도 교직원들의 개인연금저축을 지급한 사실이 적발됐으나 교육부는 “보수규정에 없는 수당 등을 지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통보만 하고 지급된 돈에 대해선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계명문화대는 지난해 8월까지 18억966만원의 교직원 연금을 학생의 등록금 등으로 대납했다.

대학 회계전문가인 독고윤 아주대 교수는 “교육부가 위법한 관행을 바로잡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지만 바로잡지 않고 방치해 학생들이 힘들게 마련한 등록금이 줄줄 샜다”면서 “외부 법률자문에 따라 환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적발된 대학 대부분은 교육부 감사의 무풍지대였다. 특히 서울 소재 주요 사립대들은 단 한 군데도 교육부 감사를 받지 않았다. 감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국민일보가 입수한 교육부 ‘사립대 감사내역’과 교육부가 지난 5일 발표한 대학 명단을 비교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선 연금을 대납해준 39개 대학(여론 악화로 미리 감사를 받아 조치된 경기대 등 5개교 제외) 가운데 10개교만 교육부의 종합 및 회계감사를 받았다. 강남대·관동대·단국대·안양대·칼빈대·한성대·한신대·계명문화대·서일대·한양여대 등이다. 개인부담금 지급액이 큰 상위 10개 대학 중에는 한신대만 감사를 받았다.

감사 대상 선정에서도 서울과 지방 간 불균형이 적지 않았다. 지방사립대만 집중 감사하고 규모가 큰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은 건드리지 않았다. 2010∼2012년 감사받은 대학 중 서울 소재 대학은 한국외대·숙명여대·성신여대·홍익대뿐이었다. 연금을 대납해 문제가 된 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한양대·동국대·명지대·동덕여대·서울여대·세종대·숭실대 등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