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기 착륙 사고] 사고 원인, 조종사 과실인가 기체 결함인가

입력 2013-07-07 18:21 수정 2013-07-07 23:56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7일 오전(한국시간)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보잉777 여객기 사고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사고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날씨가 좋았고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측은 “테러와 연관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은 기체 결함에 따른 고장 또는 조종사 과실 등으로 좁혀지고 있다.

착륙 직전까지 사고기는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항공기는 비행 중 특이사항이나 고장 메시지를 보낸 것이 없었으며, 기장은 착륙 안내방송도 정상적으로 했다.

문제는 착륙 과정. 사고 당시 28-L활주로에는 계기착륙 시스템의 글라이드 슬로프(고도정보 제공 시스템)가 고장나 전자동 시스템을 이용한 자동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미 연방항공청 노탐(NOTAM)은 글라이드 슬로프가 고장으로 8월 22일까지 계기착륙 시스템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비행기들은 수동착륙을 해야 했다. 기장은 다른 비행기 조종 경험은 많았으나 사고 기종 비행시간은 43시간에 불과했다. 사고기 일부 탑승객은 사고기가 지나치게 낮게 비행하다 활주로와 샌프란시스코만을 구분하는 방파제와 충돌해 꼬리날개가 떨어져 나갔다고 전하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공항에서 진행 중인 공사가 사고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체슬린 슐렌버거 전 여객기 기장은 6일(현지시간) 미국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공항에서 진행되던 공사가 비행기 착륙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공항은 활주로 안전지대를 늘려 방파제에서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항공기의 착륙 과정에서 기체 앞쪽이 균형을 잃고 올라간 점을 두고는 기체 결함 가능성을 제기한다. 홍성경 세종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섣불리 추측하긴 이르지만 착륙 과정에서 꼬리날개가 먼저 닿았다는 것은 기체 결함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며 “착륙 때 랜딩기어가 안 펴지면서 바퀴가 내려오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나 아시아나항공 측은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최정호 항공정책실장은 “현지 언론 등을 통해 사고 원인과 관련해 여러 추측성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우리 사고조사반이 도착해 미국 조사 당국이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는 이상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고 조사의 권한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규정에 따라 사고 발생국인 미국이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사고 원인과 책임소재가 규명되려면 블랙박스 해독 등이 필요하고, 이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 실장은 “조사 기간은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따라 통상적으로 짧게는 6개월, 길면 2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사고 현장에선 미국 NTSB 요원들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국토부 사고조사단 등을 태운 특별기는 이날 오후 1시30분쯤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발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